홈쇼핑업계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기대만큼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이커머스나 라이브커머스(라방)로 쏠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송출 수수료마저 갈수록 오르자 홈쇼핑업체들은 사명을 바꾸고 신사업에 도전하면서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0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KT알파가 운영하는 T커머스 채널 K쇼핑은 개국 10주년을 맞아 이달 1일부터 ‘KT알파 쇼핑’으로 브랜드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브랜드명을 기업명과 연계해 KT그룹의 대표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기업명에서 아예 ‘TV’를 빼버린 회사도 있다. 신세계그룹의 T커머스인 신세계TV쇼핑은 지난 1월 법인명을 신세계티비쇼핑에서 신세계라이브쇼핑으로 변경하는 등기 절차를 마쳤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개편되는 유통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온라인 라이브쇼핑 플랫폼으로서의 비전과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사명을 새롭게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CI와 BI는 이달중 변경될 예정이다.
앞서 CJ ENM은 지난해 5월 TV홈쇼핑(CJ오쇼핑), 인터넷쇼핑몰(CJmall), T커머스(CJ오쇼핑 플러스)의 각 명칭을 ‘CJ온스타일’로 통합하고 모바일과 TV 사이의 채널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회사가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이름까지 버리고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것은 기존 TV 부문 매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홈쇼핑 7개사(GS, CJ, 현대, NS, 롯데, 공영, 홈앤쇼핑)의 합산 영업이익은 6109억 원으로 전년보다 18%나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회사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60%까지 영업이익이 줄었다. 2분기에는 매출과 취급액마저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된다.
이는 홈쇼핑 업체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 내는 비용인 송출 수수료의 영향이 크다. 이들 7개사가 지난 해 부담한 송출 수수료는 1조8048억 원으로 전년대비 7.7% 늘었다. T커머스사까지 더하면 2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 비용은 올해도 약 10% 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이 악화된 홈쇼핑 업체들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고비용을 부담하지만 TV방송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TV홈쇼핑 7개사와 T커머스 5개사(KTH, SK스토아, 신세계라이브쇼핑, 더블유쇼핑, 쇼핑엔티)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방송사업 비중은 2015년 66%에서 2020년 54.5%로 줄었다. 대신 이 기간 온라인몰, 모바일 쇼핑 등 기타사업 비중은 34.0%에서 45.5%로 늘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홈쇼핑 업체들은 익숙한 사명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영역에 잇따라 도전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올봄 자사의 캐릭터인 벨리곰 전시와 굿즈 판매로 대박을 터트린데 이어 차세대 사업으로 NFT(대체불가능토큰)를 낙점하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가상 모델 루시를 내세운 '루시 세상과 만나다' NFT를 선보였고 지난 달에는 유통업계 최초로 NFT 마켓플레이스인 ‘NFT SHOP’을 오픈하며 NFT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대표는 ‘탈홈쇼핑’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창립 21주년 기념행사에서 "스물 한 살 청년이 된 롯데홈쇼핑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미디어커머스, 디지털 사업 등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탈 홈쇼핑' 회사로 도약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J온스타일은 자체브랜드(PB) 등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핵심역량인 패션·뷰티와 생활용품 등 단독브랜드를 출시할 뿐 아니라 다양한 PB 상품 론칭을 위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리빙 플랫폼 '콜렉션비', 생활용품 브랜드 '생활공작소'에 이어 주얼리 전문몰 '아몬즈'의 운영사 '비주얼'에 추가로 투자하는 등 유망 기업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NS홈쇼핑은 지난해 말 수도권에서 시작한 새벽배송을 이달 천안·아산 일부지역까지 확장하며 기존 유통채널들과 맞대결에 나서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신사업에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지만 기존 업체들의 벽이 높아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는 송출 수수료를 안정화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