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올해 초 중기배당계획 수립…2020년 배당성향목표 40% 유지
정부가 7년 만에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 목표치였던 40%를 향후 5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배당성향 증가 속도가 가팔라 출자기관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정부출자기관의 2020년 배당성향목표였던 40%를 2026년까지 '동결'하는 내용의 새로운 중기배당계획을 마련했다. 기재부는 2014년 2015~2020년의 중기배당계획을 세운 뒤 미뤄졌던 중기배당계획을 7년 만에 새롭게 수립한 것이다.
'배당성향'은 기업의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당기순이익이 100억 원 발생한 기업이 40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면 배당성향은 40%가 된다.
정부는 매년 39개 정부출자기관으로부터 배당성향목표 등을 근거로 산정한 일정 수준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에 출자한 정부가 공공기관의 주주가 되고, 출자한 지분에 대해 배당을 통해 투자수익 일부를 돌려받는 것이다. 정부출자기관은 정부가 자본금의 50% 미만을 출자한 법인체형 또는 주식회사형 공기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4년 발표한 '정부출자기관에 대한 정부배당정책방향'에서 해외 주요국 공기업 배당수준을 고려해 배당성향을 2015년 25%에서 2020년에는 40%로 매년 3%포인트(P)씩 단계적 상향하는 중기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해외 공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스웨덴 48.0~82.9% △뉴질랜드 62.7~76.5% △프랑스 45.5~47.7% △영국 48.1~68.9% △핀란드 53.2~63.3% 등이었다.
기재부는 이같은 배당성향 목표에 투자계획 등의 조정치를 가감해 매년 출자기관 배당금을 산정한다. 다만, 정부가 수립한 중기배당계획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여서 지난해 출자기관 배당금 산정 시 2020년 배당목표인 40%를 그대로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중기배당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기배당계획 수립이 필요한 이유는 정부출자기관들이 중기배당계획을 참고해 차후 정부의 배당금 수납 규모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서다. 정부도 중기배당계획을 참고해 '정부출자수입' 예산 추계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2022년도 공공기관 예산안 중점 분석' 보고서에서 "적정 정부출자수입 추계 등을 위해 정부의 재정수입 확보 및 공공기관 경기대응력 강화 등을 고려해 적정 중기 배당성향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재부는 정부출자기관에 대한 배당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5~10월 서울시립대 산학연구단에 '정부출자기업 배당정책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중기배당계획 및 배당목표를 마련한 것이다.
정부가 이번 중기배당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배당목표를 동결한 이유는 그동안 배당성향 목표치 증가 속도가 빨라 기관들이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5년부터 7년 사이에 배당성향 목표가 15%P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속도가 가팔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재정 상황이나 출자 기관들의 경영 지표 등을 고려했을 때 기존 목표에서 낮춰야 할 필요성은 특별히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관들이 배당성향을) 높일 만한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와서 40%를 유지하기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선 새 배당성향 목표는 40% 이상으로 상향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출자기관의 배당금은 정부의 주요 세입원 중 하나고, 저출산·고령화 현상 등으로 정부의 지출이 늘어나는 추세여서다. 2014년 정부는 "최근 어려운 재정여건에서 정부출자금에 대한 배당수입의 중요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출자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며 중기 목표 수립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최근 증가세가 가팔랐고, 기관들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 배당에서 제외된 출자기관이 늘면서 배당성향목표를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39개 정부출자기관 중 20개 기관은 당기순손실 및 이월결손금 보전 등으로 인해 올해 정부 배당에서 제외됐다. 올해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한국전력공사, 인천공항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향후 5년간 배당목표를 동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기관들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정부 출자기관 배당금은 2조454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145억 원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평균 배당 성향도 40.38%로 목표치인 40%를 넘어섰다. 올해 기관별 배당금은 한국산업은행(8331억 원), 한국토지주택공사(7441억 원) 등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