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7시 송해 선생님이랑 전화하면서 개그맨들 유튜브 관련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아침에 비보를 접하니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8일 자택에서 눈을 감은 故 송해(95·본명 송복희)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송해길’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송해길 입구에 세워진 송해 동상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었고, 송해의 이름과 얼굴을 내세운 간판이 있는 건물들 사이사이에서는 고인이 과거 자주 부르던 ‘안동역에서’ 노래가 구슬프게 흘러나왔다.
송해길은 60년이 넘도록 연예 활동을 이어 온 ‘국민 MC’ 송해를 위해 이름을 따 2016년 조성된 곳이다. 황해도 재령 출신 실향민인 송해는 종로구 낙원동을 거점으로 활동해왔다. 이곳에 ‘연예인 상록회’라는 사무실을 열고 수십 년간 원로 연예인의 마당발 역할을 하는 등 낙원동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왔다. 당시 이를 기리기 위해 종로문화원은 종로구 수표로 1.44㎞ 가운데 종로 2가 육의전 빌딩에서 낙원상가 앞까지 240m 구간을 ‘송해길’로 이름 붙였다.
이날 고인이 자주 방문했던 단골 식당 사장들은 송해를 인자하셨던 형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로 기억했다. 송해길에 위치한 아귀찜 집 이 모(71) 사장은 최근 매주 주말 고인의 식사를 챙겼었다. 이 사장은 “당장 어제저녁에도 전화를 하며 송해 큰 형님의 안부를 들었다”며 “밀접하게 알고 지낸 지 20년이 됐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돌아가시니 허무하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고인은 이곳에서 아귀찜과 함께 ‘빨간 소주’를 즐겼었다. 평소 연예계에서 소문난 주당이라는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녹화 전날 아귀찜 집에서 자주 술자리를 가졌었다. 심심치 않게 옆자리에서 송해를 마주쳤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로 아귀찜 집은 송해 선생의 단골 식당이었다. 이 사장은 “송해 형님은 아귀찜을 드실 때마다 힘이 난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아귀찜을 장수의 보약처럼 자주 드셨다”고 그를 기억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고인이 ‘송해큰형님’으로 저장돼 있었다.
송해길에서 낙지집을 운영하는 김 모(44) 사장은 고인을 인자한 할아버지로 기억했다. 김 사장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이가 튼튼하셔서 낙지를 잘 드시고 기운을 회복했다”며 “송해 선생님의 동네 주민이어서 낙지와 전복을 섞은 죽을 만들어 자주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어머니에게 가게를 물려받은 김 사장은 “과거 간판을 송해 선생님 얼굴과 이름을 달고 사용했을 때도 돈 한 푼도 안 받으셨다”며 “송해길을 정말 자주 방문해 자영업자들을 잘 헤아려주셨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김 사장은 장사를 조금 일찍 접고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간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전화 통화를 자주 했는데 최근에 전화한 게 마지막 일 줄 몰랐다”며 “당장에라도 송해 선생님께 전화하면 ‘여보세요~’라고 받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고인의 단골 식당과 목욕탕, 노래방에는 고인의 소박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송해길의 사진과 글, 영상, 음성까지 그를 기록한 기념관과 같았다.
오는 15일에는 송해길 선포 5주년을 기념에 주민화합 축제 행사가 송해길에서 있을 예정이었다. 송해길 곳곳에 이를 알리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고인의 지인들이 총 출석해 특설 무대가 계획됐지만, 이번 비보로 인해 잠정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