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 상존하지만, 국내 경제 회복 지속 전망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
한국은행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에 대해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고려사항으로는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 봉쇄조치 등 대외 불확실성 증대를 꼽았다. 우리나라 수출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재화수요의 양호한 회복 흐름에 힘입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한은은 그러나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향후 생산 및 수출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서방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글로벌 공급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특히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로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 흐름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지 않아 전체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EU 내수 둔화에 따른 대EU 수출 감소, EU의 자동차 생산 차질로 인한 자동차 부품, 배터리 수출 감소 등의 간접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3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자 상하이, 정저우 등 경제적 비중이 높은 40여 개 도시에서 전면적 또는 부분적 봉쇄조치를 시행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중국경제의 성장세는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 중 5%대 성장률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봉쇄조치는 중국 내 수요둔화, 생산 차질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외교역 관련 불확실성 증대를 반영해 국내 수출기업들의 체감 심리지표도 부진한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서 주요 고려사항이다.
미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정책금리를 인상(0.25%포인트)한 데 이어 5월에는 200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인상폭을 0.5%포인트로 확대했다. 연준의 빅스텝과 이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반영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장단기금리가 급등하고 주가는 큰 폭 하락하는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국내금융시장에서도 미 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우려 등을 반영해 국고채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주가는 상당폭 조정됐다.
앞으로도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속도와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기대 변화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당분간 이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주의 깊게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 연준의 예상을 웃도는 급격한 금리 인상 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율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추가로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이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도는 등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상방압력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물가 오름세 확대와 관련해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등으로 환율상승압력도 상당한 만큼, 향후 에너지 가격-환율이 상호 작용하면서 물가상승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불균형도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주요 고려사항이다. 주택시장에서는 대출금리 상승,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매가격의 오름세가 크게 둔화되고 거래량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대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의 대출관리 강화,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규모가 상당폭 축소되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에는 신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2월 이후 보합세를 지속하던 주택매매가격가 소폭 오름세로 전환했다. 가계 대출 역시 4월 들어서는 전세자금 및 집단 대출 수요 지속, 은행권의 신용대출 관리 강도 약화 등으로 증가 전환했다.
한은은 “향후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주택 관련 대출이 견조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 영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증가 규모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는 전반적으로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가계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은 데다 최근 들어서는 주택가격이 소폭 오름세로 전환하고 가계대출도 다시 증가하고 있어 금융불균형 위험을 기조적으로 줄어나갈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