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탄소감축 기술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제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혁신해야 한다는 산업계 주장이 나왔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는 9일 ‘탄소감축 기술 R&D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제22회 산업발전포럼을 열고 이처럼 주장했다.
정만기 KIAF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나 이 선언은 생산 중단 등 경제 후퇴 없이는 쉽게 도달하지 못할 목표가 될 우려가 있다”며 “철강산업의 경우 탄소중립계획에 따르면 2018년 1억100만 톤의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는 9660만 톤을 감축하여 2050년엔 불과 460만 톤 내외의 탄소배출만이 가능하나 이 목표는 철강생산중단이나 생산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없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생산방식 전환의 경우 수소환원제철 등 기술혁신 가능성으로 인하여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문제는 우리의 경우 R&D 예타에 막혀 스웨덴, 일본 등 경쟁국보다 R&D 착수가 늦어지면서 탄소중립은 물론 미래 철강시장 선점 가능성도 놓칠 우려가 있다”라며 “탄소중립 등의 시대 전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해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 제도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R&D 기획에서 최종 통과까지 산업부 과제의 경우 2.8년(2017년∼2021년)이 소요됨으로써 속도가 핵심인 기술개발 경쟁에서 예타제도는 우리의 핵심 R&D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무용지물로 전락하도록 하는 최대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라며 “이 제도는 아예 폐지되거나 기획에서 최종 통과가 3개월 이내에 마무리되도록 하는 창의적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진행한 정광하 KIAF 부설 미래산업연구소 소장은 “국제에너지기구(IAEA)에 따르면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기후기술의 상용화에 필요한 R&D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3.0년, EU와 2.5년의 기후기술 격차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R&D 투자비가 미국의 7.4%, EU의 23%에 불과하고 6조7290억(사업 기간 2023~2030년) 규모의 탄소중립 R&D 예타가 지연돼 2023년 예산에 반영되지 못할 상황”이라며 기후기술 격차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센터장은 지정토론에서 “한국은 배출권거래제 후발주자로서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 없이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경쟁력 격차는 선진국과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 예타를 통해 주요 감축 수단인 연료·원료에 대한 R&D, 실증, 제도개선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NDC 목표달성은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