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이 사흘째 진행된 가운데, 시멘트업계의 모든 지역 생산·유통라인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건설업계까지 파업 여파가 확산할 위기에 처했다.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시멘트·레미콘 제조업체 그리고 건설현장을 이어주는 운송 연결고리가 끊겨 전 업계가 ‘올스톱’ 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업계는 지난 7일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이틀간 총 3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보았고, 시멘트 출하 중단 여파로 시멘트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레미콘 공장은 멈춰 섰다.
먼저 전 지역 시멘트업계의 생산·유통라인은 시멘트 출하가 중단됐다. 지역별로 총파업이 진행되는 곳은 내륙권 생산공장이 위치한 충북 단양과 제천, 강원도 영월과 유통기지가 있는 서울 수색, 경기 의왕, 인천, 부산, 대구, 목포 등이다. 이 지역에선 공장의 모든 출입구가 화물연대의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에 가로막혀 시멘트 출하가 중지됐다. 그 외 지역인 강원도 동해, 삼척 등 해안에 있는 시멘트 공장에선 비화물연대 조합원이 화물연대의 집회로 차량 운행 시 위협행위가 예상됨에 따라 차량 운행을 포기해 출하가 중단된 상태다.
이틀간 시멘트업계의 손실 규모는 약 308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8일 기준 시멘트 미출하분은 16만 6340t(톤)에 달하며, 지난 7~8일 이틀을 더한 손실 규모는 308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출하하지 못하고 재고로 쌓인 시멘트는 생산공장은 약 36만 톤, 전국 유통기지에는 약 42만 톤으로 추산됐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6개 지역 생산공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저장시설 용량은 약 75만 톤이며 기재고량 32만 톤을 제외하면 43만 톤을 적재할 수 있다”며 “파업 장기화로 시멘트가 계속 재고로 쌓인다면 대략 3일이 지나면 한계상황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출하 중단과 쌓이는 재고로 문제에 직면했지만 반대로 레미콘업계는 시멘트를 받지 못해 재고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전국 레미콘 업체들은 시멘트를 받지 못해 저장된 시멘트 비축분만을 가지고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고 있다. 파업이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있던 재고도 소진돼 공장가동을 중단한 업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 수도권의 한 중소레미콘 업체는 일일 평균 1500~2000㎥(루베)의 레미콘 생산이 가능했지만, 시멘트 수급이 잠정 중단되면서 생산을 멈췄다. 레미콘업계의 수도권 공급가격이 1루베당 7만1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틀간 평균 약 1억20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 배조웅 전국레미콘연합회 회장은 “현재 전국의 940곳의 레미콘업체에 유통되는 시멘트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지난 화요일부터 시작돼 3일째 공장을 멈추고 있으니 중간에 낀 중소레미콘업체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