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버거킹, 롯데리아가 각축을 벌이던 국내 햄버거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명성이 높은 수제 버거 브랜드가 속속 상륙하는 가운데 맥도날드와 버거킹을 비롯해 국내 브랜드 맘스터치가 새 주인을 찾는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미래에셋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한국 맥도날드 사업을 양수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맥도날드는 2006년께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는 현지 사업자에 사업 총괄을 맡기고 본사는 로열티만 받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맥도날드 매각 이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매일유업ㆍ칼라일 컨소시엄과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거래가 무산됐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한국에서 브랜드를 성장시킬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한국 맥도날드는 외부 전문 기관과 협의해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적절한 시점에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버거킹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한국 버거킹 지분 100%를 2100억 원에 인수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한국 버거킹과 일본 버거킹의 동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어피니티는 이미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1300개 이상 매장을 갖고 있는 맘스터치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3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한국거래소에 자진 상장폐지 신청서를 냈다. 상장 폐지는 지난달 31일 자로 이뤄졌다. 일련의 과정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상장 폐지를 통해 보다 수월하게 맘스터치를 매각하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려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오랫동안 국내 햄버거 시장을 장악했던 업체들이 새 주인을 찾는 사이 수제버거를 표방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연달아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첫 물꼬는 ‘쉐이크쉑 버거(Shake Shack)’가 텄다. 2016년 7월 SPC삼립이 론칭한 이 버거 브랜드는 현재 2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점은 한때 세계 최고 매출을 올리는 매장으로 기록될 정도로 흥행을 거뒀다.
대우산업개발은 자회사 이안지티를 통해 지난달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 고급 버거인 ‘굿 스터프 이터리’ 매장을 오픈했다. 굿 스터프 이터리는 미국 써니사이드 레스토랑 그룹의 수제버거 브랜드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쉐이크쉑버거, 인앤아웃버거와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명성이 높은 ‘파이브 가이즈’도 서울 상륙을 준비 중이다. 한화 갤러리아는 최근 이 업체와 국내 입점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으로는 서울 이태원과 한남동 등이 거론된다.
bhc그룹은 지난해 말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서부 지역 대표 버거 브랜드로 꼽히는 슈퍼두퍼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국내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마스터프랜차이즈는 브랜드 사업자가 직접 해외 진출 대신 현지 기업과 계약을 맺고 가맹 사업 운영권을 주는 방식이다.
신규 업체의 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햄버거 시장은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0년 1조3892억 원에서 2014년 2조982억 원, 2019년에는 3조356억 원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3조9475억 원으로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