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축제 끝나고 전쟁 시작”...‘결혼백서’로 보는 결혼의 현실

입력 2022-06-10 16:14수정 2022-06-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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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결혼백서’ 스틸컷. (사진 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결혼이랑 돈은 자동차와 기름 같은 거야. 자동차에 기름을 넣어야 가듯이, 결혼도 돈을 태워야 진행이 돼”

결혼을 준비하는 나은(이연희)에게 ‘돌싱’ 회사 선배는 이렇게 조언한다. 예비 신랑 준형(이진욱)과 나은은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앞서 경제적 문제로 처음 충돌한다. 한 번뿐인 결혼 후회 없이 하자는 준형과 가성비를 고려해 실속 있게 하자는 나은의 상반된 경제관이 문제가 됐다.

2년이나 연애를 하면서도 한 번도 서로의 저축이나 월급 등에 관해 얘기해본 적 없는 둘이었다. 선배의 조언을 들은 나은은 서로의 경제 상황을 공개하고, 예산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런데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준형과 나은은 결혼을 준비하며 엄청난 갈등을 겪는다. 두 사람은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까.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결혼백서’다.

‘결혼백서’는 30대 커플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많은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에서 결혼은 곧 ‘해피엔딩’이었다. 주인공들이 어떻게 결혼을 준비했는지, 결혼하고도 잘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해피엔딩이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결혼백서’ 포스터. (사진 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이번 작품은 다르다. 주인공들이 결혼식에 골인하기까지 준비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상견례부터 시작해 경제권, 예단, 예식장을 두고 갈등을 겪는 것까지 세세하게 그린다. 기혼자들은 물론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도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준형과 나은이 겪는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결국 그 중심엔 ‘돈’이 있다. 나은의 엄마 달영(김미경)이 “결혼은 돈에서 시작해 돈에서 끝난다”고 말한 것처럼 결혼의 모든 과정에 돈이 빠지지 않는다.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 건 줄 알았건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결혼비용은 2억8739만 원에 달했다. 신혼부부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주택비용’이었다. 평균 주택자금은 2억4019만 원으로 전체 결혼 비용 중 83.6%를 차지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결혼백서’ 스틸컷. (사진 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결혼 비용도 늘고 있다. 결혼에 필요한 평균 주택비용은 전년 1억9271만 원 대비 24.6% 상승하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평균 3억2362만 원, 수도권은 2억3197만 원이 필요했다. 집 때문에 결혼 못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이다.

주택자금을 제외한 결혼비용은 평균 4347만 원으로 집계됐다. 그중 예식장과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예식에 들어가는 비용이 1278만 원이었다. 예물과 예단, 신혼여행 등 예식 외 비용은 3442만 원이다.

그러나 결혼 계획이 있는 미혼남녀의 절반 이상은 결혼 비용이 준비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0.7%가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중 결혼자금을 준비했다고 답한 비율은 39.7%에 불과했다. 60.3%는 미래에 결혼할 계획이 있지만 아직 결혼자금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결혼백서’ 스틸컷. (사진 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제적 부담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으로 결혼하는 이들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통계청이 3월 17일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혼인 건수는 2012년 이후 10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데, 20만 건 아래로 떨어진 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결혼백서’는 종영까지 3회를 앞두고 있다. 준형과 나은이 결혼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있다. 신혼집은 예정대로 전세로 구할 것인지, 혼수는 어느 정도 선에서 맞출 것인지, 결혼식장은 호텔과 회사 컨벤션홀 중에 어디로 한 것인지. 두 사람이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아무리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해도 현실을 온전히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기업 직원인 나은과 공기업에 다니는 준형은 평범한 예비 신혼부부들의 어려움을 대변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더 나은 환경에 있다. 주인공들은 갈등 끝에 결국 결혼에 골인하며 아무튼,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현실의 청춘들에게 결혼은 결말이 아닌 ‘시작’이다. “지금부터 긴장해야 할 거야. 축제는 끝났고 전쟁이 시작될 테니까”라는 드라마의 경고처럼,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까지 녹록지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사랑 끝에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그래도 든든한 전우 하나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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