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석좌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 걸친 개념이라 하겠는데 자유민주주의가 그 구체적인 구현이라고 하겠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근본적으로 경제적 자유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함께 존재하고 발전해야 한다. 시장경제는 계약과 거래의 자유, 재산 소유의 자유 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자유시장경제는 자본주의의 기본요건이라 할 수 있고, 그래서 양자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혹자는 시장을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장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과 비난이 존재한다. 시장의 실패라는 측면, 그리고 시장경제가 ‘바람직한’ 분배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 과도한 경쟁을 초래하는 제도라는 점 등이 그러한 비판의 중심에 있다.
사실 시장에 의해 결과지어지는 분배가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 그러나 이른바 ‘자유방임적’인 시장경제에 있어 절대빈곤선 이하 계층의 비참한 생활과 번영의 과실을 가져간 계층 간의 극심한 차이는 적절한 분배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정부가 개입하여 소득분배의 ‘개선’을 모색하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과연 소득분배의 문제 또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가 시장경제에만 고유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잘 살펴보면 시장이라는 것이 발달하기 전인 고대, 중세, 또는 근대에 있어서도 존재하던 신분제 사회에서의 불평등도가 시장경제의 그것보다 낫다는 증거는 없다. 더구나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치유하기 위해 등장했던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체제의 소득분배 상태가 더 낫다고 볼 수도 없다.
이렇게 본다면 불평등의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만 고유한 문제는 아니라고 봐야 맞다. 따라서 시장경제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틀 안에서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방안을 잘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다음으로 시장경제에 있어 경쟁이 끼치는 폐해가 많이 지적되고 있다. 돈을 목표로 하는 무한경쟁이 인성을 황폐하게 하는 등 수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는 인식이다. 확실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을 목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개인적인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과도한 사교육에의 투자, 경쟁에 이기고자 정정당당한 실력이 아닌 다른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 여러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야기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시장경제에만 고유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경쟁의 무한한 추구는 인류역사상 어느 사회에서나 있어 왔다. 그 수많은 전쟁들은 집단경쟁의 결과가 아니었던가? 봉건사회에서도 기사계급 간의 경쟁은 그것이 단순히 명예를 높이는 것이든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것이든 ‘무한’했던 것임에 틀림없다. 또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인민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무한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쟁의 목표가 금전이든, 명예 또는 어떤 다른 것이든 그 본질은 같다. 이의 성취를 위한 희생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점,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하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고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경제는 완벽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역시 그렇다. 그러면 이들을 대처할 수 있는 다른 나은 대안이 있는가? 없다.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차선의 대안인 제도를 잘 개선해 나가는 것이 정답이고 사실 현대 인류 역사의 발전은 더디지만 그런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우리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은 맞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