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까지 러시아 전역 850여 개 매장 다시 열 계획
빅맥ㆍ맥플러리 대표 메뉴 사라져
대러 제재로 코카콜라ㆍ펩시 판매 중단돼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를 인수한 러시아 패스트푸드 업체가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의 10여 개 매장을 새 브랜드로 재개장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맥도날드 매장은 이날 새로운 브랜드와 소유권과 함께 재개장했다. 새 브랜드명은 '브쿠스노 이 토치카'(Вкусно и точка·맛있고 마침표). '두말할 필요 없이 맛있다'는 뜻이다.
앞서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 3월 러시아 전역의 850개 매장을 폐쇄했다. 5월 중순엔 러시아 시장 완전 철수와 러시아 내 자산 매각을 발표했다. 이후 시베리아 지역에서 라이선스 계약으로 맥도날드 매장 25곳을 운영하던 현지 사업가 알렉산드르 고보르가 사업체를 인수해 이날 러시아 브랜드로 바꾸어 재개장한 것이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최고경영자(CEO)인 올렉 파로예프는 러시아 전역에서 매장 200여 개가 재개장하고, 가을 전까지 850여 개의 매장 영업을 다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를 러시아에서 상징적인 기업으로 통했다. 구소련 체제가 막을 내린 직후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서구 기업이자, 러시아인들이 '미국 자본주의 맛'을 소개한 기업이었다.
맥도날드는 소련 붕괴 전인 지난 1990년 1월 모스크바 시내 푸시킨 광장에 1호점을 처음 열었던 당시에는 3만 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32년이 지난 현재 맥도날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소유권이 현지 업체로 넘어간 서구 기업 중 하나가 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새 메뉴에는 맥도날드의 상징적 메뉴인 '빅맥'과 '맥플러리'는 사라졌다. 이 업체의 품질 관리자는 햄버거 재료는 바뀌는 것이 없으며 조리 기구 역시 바뀌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보르 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맥도날드를 연상시키는 색상과 로고를 사용할 수 없다"면서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메뉴인 빅맥과 비슷한 메뉴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인과 이름이 새롭게 바뀐 이 업체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경제가 대러 제재에 맞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급자족하는 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러 제재로 러시아에서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판매가 중단됐다. 파로예프 CEO는 "청량음료를 공급해줄 새로운 업체를 찾고 있다"면서 "2%의 식재료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러시아에서 공급된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미국 맥도날드가 15년 내에 사업권을 다시 사들일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 사업 재개 여지를 열어뒀으나 고보르 대표는 "그들은 나에게 되사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해당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