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때아닌 ‘수박’논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어 패배하면서 생긴 계파 간 감정 갈등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이 이 의원을 비판한 비명계를 대상으로 문자 폭탄 등 과격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한 것이 발단이다. 친문·친이낙연계, 친정세균계 의원들은 “정치 훌리건을 방치하고 있다”며 친명계를 직격했고, 이른바 ‘수박’이란 단어를 놓고 계파 간 설전이 벌어졌다. 수박은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이 이낙연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으로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수박 논쟁’은 친정세균계 3선인 이원욱 의원이 10일 페이스북에 수박 사진과 함께 “수박 맛있네요”라고 올린 데서 시작됐다. 이를 두고 친명 김남국 의원은 “국민에게 시비 걸듯이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 일부러 화를 유발한다”며 이 의원을 비판했고, 이 의원은 다시 “친명 의원들이 훌리건의 편을 든다. ‘처럼회’가 해산해야 한다”고 했다.
‘처럼회’는 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으로 김 의원과 최강욱·김용민·이수진 의원 등이 주요 멤버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도했고, 대체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남국 의원은 “지금까지 계파 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영구처럼 ‘계파 없다’ 이러면 잘못된 계파 정치 문화가 사라지나”라고 했고, 이 의원은 다시 “가장 먼저 정치 훌리건을 없애기 위해 나서야 할 분들이 바로 이재명 의원과 측근 정치인들”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도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모기’에 비유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삭제하기도 했다.
‘정치 훌리건’ 공방은 전당대회를 앞둔 계파 논쟁으로 번졌다. 전당대회가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범친문 등 구주류 세력이 계파 해체를 선언하며 친명계를 압박하고 있다. 정세균계는 앞서 ‘광화문포럼’ 해체를 선언하며 당내 계파 해산을 주장했고, 이낙연계도 모임 해산을 선언했다. 민평련계인 이인영 의원도 이날 “새로운 출발에 장애라면 망설임 없이 (민평련을) 탈퇴하고 원점에서 임하겠다”며, 당내 조직을 전부 해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박을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 분열적 언어를 엄격하게 금지하겠다”라며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라고 엄포를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