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민의힘 인사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최근 행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조용한 내조’에 머물 것이라던 김 여사의 보폭이 넓어지자 여당에서조차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김 여사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불거지자 영부인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선 승리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대권을 잡은 뒤 말뿐이 아니라는 듯 영부인을 보좌하는 기구인 제2부속실을 폐지했고, 김 여사의 공개 활동이 뜸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라는 호기심에 김 여사를 향한 관심은 오히려 높아졌고, 대통령집무실에서 촬영된 윤 대통령 부부 사진이 유출되는 등 그 관심에 부응하는 사건들이 잇따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자 김 여사는 되레 홀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활동 반경을 더욱 넓히고 있다. 늘어나는 김 여사의 일정에 제2부속실을 부활시키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김 여사의 내조는 전혀 조용하지 않다.
야권에선 이를 두고 김 여사가 영부인의 길, 나아가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그리 쏘아붙이기에는 김 여사의 행보가 역대 영부인들과 비교해 유별나진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야에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라는 인상 때문이다. 제도권 밖 대통령 측근의 존재가 어떤 부작용을 일으켰는지는 역대 정권에서 목격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여당 내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를 직언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한 여당 인사의 말을 빌리자면 윤 대통령에게는 결국 ‘아내가 나댄다’는 시비조로 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은 보통 자신보다도 가족을 건드리면 더 민감해하지 않나. 대통령보다도 영부인을 비판하는 게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결국 선택은 김 여사 몫이다. 약속한 대로 조용한 내조로 돌아갈지 혹은 약속을 깨고 영부인의 길을 걸을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애매한 스탠스를 취할지 말이다. 부디 강가를 넘어 강을 건너진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