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압박에 일부 지분 런던에 상장할 듯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영국 런던 추가 상장을 추진한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ARM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당초 미국 뉴욕증시에만 상장하려던 기업공개(IPO) 계획을 수정해 런던증시에 추가 상장하는 방안으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지분의 상당 부분은 뉴욕에 상장하고, 일부만 런던에 상장하는 방향으로 상장 계획을 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현재까지 IPO 규모나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상장 계획은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2016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됐다. 당시 인수가격은 약 320억 달러였다. ARM은 소프트뱅크 인수 이후에도 사업 대부분을 영국에서 영위하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런던 증시의 FTSE 100에 기술주가 극히 적은 상황에서 ARM이 런던이 IPO를 하도록 안간힘을 써왔다. 이번 주 초 크리스 필프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정무 차관은 ARM이 모국에 상장될 수 있도록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ARM은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회사 중 하나다. ARM은 스마트폰에서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반도체에 사용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스마트폰의 두뇌가 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제작하는 모바일 AP의 대부분은 ARM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한다.
다만 올해 들어 반도체주가 급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시장 상황이 불안해진 것은 IPO 변수로 꼽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내년 3월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 ARM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기업가치를 최소 600억 달러로 보고 있다. 이는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제안한 인수가격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최대 400억 달러에 매각하려 했으나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매각이 무산되자 소프트뱅크 그룹은 미국 상장을 추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