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등으로 세수 대폭 감소 예상…국가채무는 사상 첫 1000조 돌파
기업·시장 중심의 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대대적인 '감세'에 나선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리고, 보유세와 상속·증여세 부담도 완화한다. 세 부담 완화로 기업의 투자 여력을 키워 투자로 이어지는 등 경제가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다만, 감면 혜택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보다는 대기업과 부유층에 집중됐고,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건전성이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로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법인세, 보유세, 상속·증여세 등에서 전방위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한다. 우선, 법인세는 현재 4단계인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 25%의 최고세율을 22%로 낮춘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 2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8위 수준이다. OECD 평균(21.5%)보다는 3.5%포인트(P) 높고, 주요 7개국(G7) 평균인 20.9%보다도 4.1%P 높다. 최고세율은 감세 정책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25%에서 22%로 낮췄고,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25%로 높아졌다.
정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완화한다. 재산세는 1세대 1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60%에서 45%로 하향하고,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대폭 하향 조정한다.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등 상속·증여세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정부는 감세 정책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 활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최근 몇 년간 기업투자 부분이 위축된 부분이 있어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 민간의 경제활력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했다"며 "크게 봤을 때 이것(감세 정책)이 결국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어, 세수 확보로도 연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세제 조정방향은 그동안 과도했던 부분과 그로 인한 부작용,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부분들을 전반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각종 감세 정책으로 인해 세수가 대폭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부터 줄어든다.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법인세수 전망치는 104조1000억 원으로, 전체 국세의 26.2%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9년 신고 법인 기준으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2단계로 단순화하면 연평균 5조7000억 원, 5년간 28조5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최고세율을 22%로 내리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수 감소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의무·경직성 지출도 강력히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는 1001조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68조8000억 원으로 전망됐다.
부자감세에 대한 논란도 있다.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인하의 혜택이 주로 대기업과 부유층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부자감세로 인해 세수가 줄게 되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민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감세정책을 펼쳤던 MB 정부에서도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결손을 개인이 부담하는 소득세 등으로 충당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나 감세 정책으로 경제위기 시기에 투자와 수출이 급증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건 이명박 정부에서 증명됐다"며 "재정준칙과 감세도 상당히 상충되며, '두터운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도 "감세를 할 수도 있지만, 국가 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복지는 축소하지 않고 감세를 해버리면 결국 재정건전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