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 회계사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볼 바에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접속해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찬찬히 읽어보는 것이 낫다. 회사가 충분한 자산가치를 가졌고 늘 좋은 실적을 내왔고 계속 그럴 수 있는지 확인해 보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그래야 주가가 내려가도 버틸 힘이 생긴다. 회사의 사업내용과 숫자조차 몰라서 막연히 불안한 것보다는 알고 있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식투자를 하는 이유는 기업의 주인(주주)으로서 사업의 과실을 같이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과실은 배당일 수 있고 시세차익일 수 있다. 회사가 돈 많고 돈을 잘 벌어야 그런 과실도 내놓을 수 있다. 돈도 없고 돈도 못 버는 회사에 결과물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가진 돈만 121조 원이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 39조 원, 단기금융상품에 82조 원이 표시되어 있다. 이것 말고 더 있다. 보유한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만 19조 원에 달한다. 그리고 삼성전기, 삼성SDS 등 상장 계열사 주식도 30조 원 치 넘게 보유했다. 아무리 돈이 많은 회사라지만 차입부채도 조금 있다. 돈이 없어서 빌리기보다는 재무관리 전략상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 봤자 18조 원밖에 안 된다. 차입금을 차감하면 가진 순금융자산은 무려 148조 원이 넘는다.
내가 만약 삼성전자 시가총액 370조 원만큼의 돈이 있어서 삼성전자 주식을 몽땅 사들인다면 148조 원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럼 나머지 222조 원은 언제 회수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작년에 40조 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냈고 올해는 증권사들의 예상 컨센서스가 49조 원이니 한 4년 사업하면 다 뽑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이후에 버는 돈은 다 내 돈이 된다. 지난 6년간 아무리 매출액이 적어도 202조 원이었고 많을 때는 279조 원이나 벌었다. 순이익 또한 적을 때는 22조 원이었지만 한창 피크일 때는 44조 원이었다. 이 정도면 싼 가격 아닐까?
물론 미래 실적이 예전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다. 대외 환경이 예전보다 더 악화했기 때문에 불확실성 또한 많이 커졌다. 회사는 3나노 제품 상용화와 시스템반도체 생산 등을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서 고정비가 크게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원재료 소싱조차 원활하지 않아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런 비슷한 일들은 항상 있었다. 당장 지구가 망할 것 같은 위기도 있었고 안 좋은 흐름에서 갑자기 좋아지는 상황으로 확 돌아선 적도 많았다. 예측은 언제나 어렵다. 아니 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작은 공간에서 세계 정치, 경제, 사회를 꿰 뚫어보고 타이밍을 맞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바로 펀더멘털이 튼튼한 기업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다. 기초체력이 튼튼한 기업은 힘든 시기를 잘 버티다가 다시 일어나서 예전보다 더 성장하는 모습을 늘 보여줬기 때문이다.
투자는 속도와 타이밍을 맞추는 게임도 아니고 우리는 점쟁이가 될 수도 없다. 맞추기 힘든데 그걸 맞추려고 애쓰다 보니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뉴스 등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 낫다.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에는 3년 치씩 자료가 담겨 있어서 2021년과 2018년의 사업보고서만 봐도 기업당 6년 치의 흔적을 쫓을 수 있고 좋은 수익모델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시가 자료까지 같이 곁들여 보면 대략 실적 대비 주가 밴드도 그려질 것이다.
파랗게 질려버린 호가 창을 보면서 감정 낭비할 시간에 투자 공부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지금이 다가올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