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장경욱 변호사 “이시원‧이두봉, 사과해야”

입력 2022-06-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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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욱 법무법인 상록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2013년 1월 추운 겨울, 장경욱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내곡동에 있는 국가정보원 변호인 접견실에서 재북화교였던 유우성 씨를 접견했다. 국정원 대북 정보 담당자와 “형”, “아우”라고 부르고, ‘동생 유가려 씨가 국내에 들어오면 잘 해주겠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유우성 씨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로 체포된 뒤 몹시 놀라고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장 변호사와 유 씨의 첫 만남이었다.

“10년 전 간첩 누명을 썼던 유우성 씨는 이제 사회로 나와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며 새 삶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당시 ‘간첩조작 사건’과 ‘보복기소’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이두봉 인천지검장이 아직도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유 씨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다. 검찰은 2013년 유 씨가 간첩이라며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고 유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자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다시 꺼내 기소해 ‘보복기소’ 논란을 일으켰다. 대법원은 이를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셈이다.

장경욱 변호사는 16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유 씨의 간첩조작 사건과 공소권 남용, 보복기소 등 전체적인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첩조작과 인권유린의 실체를 파헤치고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유우성 씨가 당시 수사와 재판을 담당했던 이시원 현 비서관을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유우성 씨는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기소됐지만 무죄임이 밝혀졌다. 국가보안법 12조(무고‧날조)에 따라 증거 조작으로 누군가가 무고를 당했다면 같은 형량을 적용해 처벌 가능하다. 간첩죄가 징역 7년 이상이기 때문에 당시 증거를 날조한 자들 역시 7년 이상의 형량을 받을 수 있다.”

△이시원 비서관에게 무고‧날조 혐의 적용이 가능할까

“검찰은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로부터 ‘오빠는 간첩이다’라는 허위 자백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유우성 씨를 기소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2심이 시작되자 검찰과 국정원은 1심 무죄를 뒤집기 위해 유우성 씨의 북중 출입경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과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가 조작임이 드러났다.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서 제출한 것이다. 유우성 씨가 2015년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무죄를 확정 받았지만 이로 인해 처벌받은 국정원 직원은 많지 않고 중국 공문서 증거위조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도 1명을 제외하고는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검찰에서는 그 누구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조작했던 국정원 직원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문서위조죄, 허위문서작성행사죄 등 이 전부다. 검찰은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가 성립되려면 ‘간첩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조작했다’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며 ‘유우성은 간첩인 줄 알고서 문서를 위조했기 때문에 무고‧날조로 기소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당시 검찰에 무고‧날조 혐의로 기소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증거 조작 정황이 드러나자 검찰은 어떻게 반응했나

“검찰이 다급해진 듯했다. 이두봉‧안동완 검사가 투입됐고 2010년에 검찰이 종결 처분했던 사건을 2014년에 다시 꺼내 들었다. 불법외환거래인 불법대북송금 혐의로 유우성 씨를 기소한 것이다. 간첩 사건이 재판에서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관련 검사들이 징계를 받게 되자 검찰은 유우성 씨를 항소심에서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 대응하며 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차원의 불법대북송금 수사까지 재기해 끝없이 이어간 것이다. 동시에 ‘검찰발’ 여론전도 시작했다. ‘사기꾼’ ‘화교 신분을 속이고 공무원으로 임용’ 등 유우성 씨를 흠집 내는 언론 보도가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유우성 씨는 지난해 불법대북송금 혐의도 벗었다. 대법원이 검찰의 기소를 ‘공소권 남용’으로 보고 기소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유가려 씨가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고문 수사관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이두봉 검사(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등 당시 ‘보복기소’ 관련한 수사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는데

“검찰에 이들을 고소해봤자 불기소 처분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공수처에 고소한 것인데 아직은 큰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나오면 그제야 고소인 조사를 하는 등 아직은 답답한 모습이다. 수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 내부 결재 서류와 조사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한 강제수사가 필수적이다. 공수처에서 서둘러서 강제수사를 통해서라도 내부 의사결정에 관한 자료를 모아야 한다. 공수처가 강력한 수사를 해주길 기대한다.”

△이시원 검사는 공직기강비서관이 됐고 이두봉 검사는 한때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조직적 국가 범죄를 일개 검사가 뒤집으려면 자신의 직을 내걸어야하니 쉽지 않았을 것이고 정의감과 용기가 없으니 힘없는 약자를 간첩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가담한 것을 사과해야 하는데 어떻게 공직기강 일을 할 수 있나. 설령 유우성 씨 관련 증거가 조작된 것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이두봉 검사 역시 당시 검찰 수뇌부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그 과정과 내용을 진솔하게 털어놔야 한다. 그리고 사과해야 한다.”

△한때 법조계에서는 ‘유우성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도입 요구도 나왔는데

“유우성 씨 뿐 아니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전후로 조작된 탈북자 간첩 조작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필요하다. 탈북자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이에 가담한 국가기관의 가해자들을 일벌백계하고 피해자들의 간첩 누명을 벗겨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특검이든 특별기구든 탈북자 간첩조작 사건 전반에 대해 철저한 진실규명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사회는 정의가 실현되는 한 단계 높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진실규명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관련법에 따르면 진실규명의 범위는 1945년 8월 15일 이후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로 한정된다. 노태우 정권까지를 그 대상으로 보는 셈인데, 탈북자 간첩 조작 사건은 그 이후부터 발생했기 때문에 시기가 엇갈린다. 과거사위원회가 조사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90년대 말부터 발생한 탈북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유죄 확정 판결을 시정하고 무죄를 받아 피해를 배상받고 싶어도 뚜렷한 방법이 별로 없다. 고민스럽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탈북자 간첩 전수조사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사건 검토에 나섰다

“TF를 꾸리고 유우성 씨를 비롯한 탈북자 간첩조작 사건의 변호인과 피해자들을 불러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적 없다. 간첩 누명을 쓰고 재심을 준비 중인 피해자들도 부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국정원은 ‘전수조사 결과, 위법성이 없었다’라는 결론을 내놓았는데 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인가. 국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다.”

▲장경욱 법무법인 상록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유우성 씨 외에 다른 간첩 조작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은 어디쯤 왔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수많은 납북어부들을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의 경우 지자체에서 30~40년 전 일어난 피해 사례 등을 신고하라고 하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 신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 30~40년 전 과거 간첩조작 사건으로 고문당한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피해 보상도 받는다.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전 중앙합동신문센터)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들 역시 이들처럼 명예를 되찾아야한다.”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지

“최근에도 조작이 이어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중앙합동신문센터에 들어오는 탈북자 중에는 간첩이 있다’라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미신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탈북자들은 변호인 조력도 못 받고 간첩 조사를 받는다. 유우성 씨 간첩조작 사건은 2013년 드러나 2015년 무죄를 확정 받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2014년 홍강철 씨가 국내에 탈북자로 위장 잠입한 간첩이라며 재판에 넘겼다. 혐의를 자백하는 자필 진술서 등이 재판 증거로 제출됐으나 법원은 그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행이 대법원이 2020년 무죄를 확정했지만 홍강철 씨와 가족들은 이미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그 밖의 다른 피해자들은 어떻게 명예를 회복하고 있나

“유우성‧홍강철 씨에 대한 간첩 혐의는 조작임이 확인됐지만 그 외에 간첩이라는 죄로 징역을 살고 나왔음에도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탈북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가 많다. 이들에 대한 사건 진상규명을 통해 재심이 진행돼야 한다. 2030년까지 앞으로 8년 안에 배상받고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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