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로봇 때려잡고 염산 유출 막았다…‘메타버스’ 가상 세계에서

입력 2022-06-1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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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국방·소방 훈련, 이제 메타버스에서
스코넥 ‘대공간 워킹 XR 시스템’ 체험기

▲16일 서울 강남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기자가 ‘대공간 워킹 XR 시스템’을 활용한 염산 누출 사고 대응 훈련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은 가상 공간에서 화학 공장의 누출 밸브를 잠그는 모습. (안유리 기자 inglass@)

자욱한 연기가 가득한 화학 공장. 바닥에는 연기를 내뿜는 섬뜩한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다. 쉬이익- 액체가 흐르는 소리도 이어진다. 유독 물질 염산이 들어찬 탱크가 터진 누출 사고 현장. 방역복을 입은 채, 탱크에 공기를 주입하고, 누출 부위를 봉하자 액체가 새는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바닥에 샌 염산을 특수 물질로 청소하는 과정도 잊지 않았다. 일개 기자가 어떻게 염산 누출 사고를 해결했냐고? VR 가상 세계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스코넥의 ‘대공간 워킹 XR 시스템’ 기술은 2020년 국내 표준으로 제정됐고, 국제 표준화 기구(IEEE)의 국제 표준화(안)에 채택되어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16일 기자가 스코넥이 ‘대공간 워킹 XR 시스템’을 통해 개발한 염산 누출 대응 훈련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모습. (안유리 기자 inglass@)

지난 16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메타버스 테크 기업 스코넥 엔터테인먼트를 방문했다. 스코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다수의 인원이 동시에 가상현실(VR) 콘텐츠에 참여할 수 있는 ‘대공간 워킹 XR 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흔히 VR 하면 케이크 줍기나 우주 전쟁 같은 게임을 생각하지만, 스코넥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국방·소방·화학·치안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스코넥 VR 사업단 책임 연구원을 맡은 권철 팀장은 “미국은 벌써 10년 전부터 군사 훈련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비용과 안전의 장점 덕분에 VR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관과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과정은 모두 기록돼 추후 교육·평가에 활용되고, 가상 세계 바깥에서 실제 훈련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16일 기자가 스코넥 서울 본사에서 ‘대공간 워킹 XR 시스템’을 통해 개발한 염산 누출 대응 훈련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모습. (안유리 기자 inglass@)

기자는 실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사용한 염산 유출 사고 대응 훈련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스튜디오는 가로와 세로 각각 8m 크기로, 실시간 모션 캡처를 위한 카메라들이 수십 대 배치돼 있었다. 체험은 HMD와 가방 형태의 콘덴서를 착용하고, 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장갑을 착용한 뒤 이뤄졌다. 이를 통해 가상 세계에서 밸브를 잠그고, 악수하는 등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훈련 과정은 모두 영상과 데이터로 기록돼, 차후 피드백에 활용됐다. 세부 작업별로 데이터가 모두 기록돼 평가와 학습에 용이했다. 권철 팀장은 “게임 콘텐츠는 몰입감과 재미에 중점을 두는 반면,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실제 현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교육 효과를 가장 우선으로 두고 제작했다”고 말했다.

XR 교육 훈련 프로그램의 장점은 안전, 비용 절감과 함께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과거 상자를 쌓아 놓고 불을 지르던 위험한 소방 훈련을 가상 세계에서 안전하게 여러 번 진행할 수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는 2025년 XR시장이 4764억 달러로 커지는 가운데, 이중 교육 및 훈련 분야의 비중이 2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자가 16일 서울 강남 스코넥 본사에서 VR FPS 게임 ‘모탈 블리츠’를 체험하고 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스코넥은 게임 콘텐츠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다. 기자는 이날 스코넥의 인기작 ‘모탈 블리츠’도 직접 플레이해봤다. 2017년 첫 공개 이후 일본·중국 등 세계 각국 플레이스테이션 VR 마켓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모탈블리츠는 VR FPS(First-person shooter·1인칭 슈팅) 장르의 게임으로, 주변 사물을 끌어당긴 후 집어 던지거나 엄폐물에 숨는 등 활발한 인터랙티브로 몰입감이 높았다.

로봇이 인간과 공존을 거부하고 인간을 지배하려는 미래 세계. 기자는 정예 부대 전사가 되어, 사방에서 몰려드는 로봇들을 때려잡았다.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은 통하지 않았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총알에 그만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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