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톤당 8만원 거래되면 16만3000명 빈곤 해소”
제조원가 2만원→1000원대…곧 플라스틱 추월할 것
박근우 닥터노아 공동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본업이 치과의사인 그는 빈곤 문제와 플라스틱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친환경 대나무 칫솔을 판매하는 닥터노아를 설립, 돌연 기업경영에 뛰어들었다.
박근우 대표는 의사로 참여했던 국제 구호 활동 중 전세계 대나무 산지마다 존재하는 최빈곤층 현실을 목도했다. 논문을 통해 대나무가 톤당 8만 원 가량에 거래되면 16만3000명의 빈곤을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칫솔 시장의 패러다임을 플라스틱 기반에서 대나무 기반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꿈을 갖게 됐다.
박 대표는 “그 지역에서 풍부하지만 잘 이용되지 않는 자원이 대나무라고 봤다. 상품을 만들어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면 멋지겠다고 생각했다”며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는 한계 있다는 점을 깨달아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기업의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나무 칫솔 시장이 커져서 관련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 결국 빈곤층이 거주하고 있는 대나무 산지로 돈이 흘러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저렴한 원재료를 구하려는 사업가는 누구든 값이 싼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지에서 대나무를 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나무 칫솔 시장은 최근 들어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에 힘입어 나날이 덩치가 커지고 있다. 대나무 소재 칫솔이 기능적으론 플라스틱 칫솔과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대두하자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마켓 와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나무 칫솔 시장은 6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세계적인 칫솔 회사 콜게이트도 대나무 칫솔을 출시했다.
닥터노아도 매년 성장을 거르지 않고 덩달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비에 관심이 늘면서 대나무 칫솔 판매량은 2020년 3만 개에서 2021년 75만 개로 늘었고, 올해는 100만 개를 달성할 전망이다.
이윤창출의 최대 관건인 대나무 제조공정 원가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면서 매년 낮아지고 있다. 2020년 초 2만 원 대에 달했던 제조 원가는 1000원대로 떨어졌다. 한 달에 1500개 만들던 데서 현재 20만 개로 생산력을 끌어올렸다. 올해 말엔 제조원가가 750원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목표는 2025년 200원까지 제조원가를 낮춰 플라스틱의 원가인 350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박 대표는 “월 100만 개를 생산하는 칫솔공장을 만들면 원가가 200~30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내후년까지 만들 수 있다면 3-4년 내로 압도적인 제조우위를 가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대나무 칫솔 생산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얻는 것이다. 수작업으로만 이뤄지는 다른 해외 업체들과 달리 닥터노아는 핫프레싱 기술을 통해 대나무 칫솔 생산 업체 중 유일하게 자동화, 규격화를 이뤄낸 만큼 기술 우위를 점한 상태다. 올해 기대 매출 100억 원에 이어 2026년까지 연매출 28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스타트업이 잘하는 건 잘할 수 있는걸 압도적으로 뾰족하게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2026년까지 오랄케어 브랜드 중에 한국과 북미시장에서 3%, 세계적으론 0.5% 정도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닥터노아는 2019년 3월 5억 원에 이어 2020년 3월 프리(Pre) A시리즈 24억 원, 2021년 8월 30억 원에 이어 정부지원금 30억 원을 통해 약 90억 원가량의 투자를 받은 상태다. 이 중 80% 이상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쏟아부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손익분기점 통과도 예상된다.
박 대표는 “다음 라운드에는 투자를 크게 받아 제조 자동화를 통해 플라스틱보다 더 싼 제조 원가를 만들고 싶다”며 “내년쯤 시리즈 B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대 목표인 빈곤 해소 문제도 희망이 보인다. 사업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코이카를 통해 시험삼아 대나무 100만 톤 가량을 수입하자 해당 지역 빈곤층 중 월 1350명 정도가 일시적으로 중위소득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