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코로나19 때보다 확률 높아
연준 급격한 금리인상, 연착륙 어려워
실업률 전망치도 상향...물가는 7% 전망
미국 경기침체 경고음이 최고치에 달했다. 경기침체 전망치가 과거 실제 경기침체기로 진입하기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44%에 달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조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후인 지난 16~17일 이틀간 경제 전문가 5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경기침체 확률은 올해 들어 급격히 올라갔다. 지난 1월과 4월 조사에서 1년 내 경기침체 가능성을 전망한 비율은 각각 18%, 28%였다.
특히 44%는 WSJ가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실제 경기침체가 발생하기 직전 기록했던 수치보다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2007년 말부터 2009년까지 경기침체를 겪었다. 당시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인 2007년 12월 WSJ 조사 결과 경기침체 확률은 38%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이 경제를 덮치기 시작한 2020년 2월 경기침체 가능성은 26%였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가능성 배경으로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가속화,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여러 요인을 꼽았다. 무엇보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연착륙’을 어렵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이와캐피털마켓아메리카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모란은 “연준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며 “경기침체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가 3.3%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해 두 달 전 2%에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연준이 올해 세 번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실업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됐다. 5월 3.6%에서 연말 3.7%, 내년 4.2%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대폭 끌어올렸다. 올해 말 인플레이션을 7%로 전망했다. 4월에는 5.5%였다.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그 다코는 “소비자들이 올 여름 여행과 관광 등에 지출을 이어가겠지만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주가 하락이 소비력, 가계 활동, 기업 투자와 고용을 갉아먹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수개월 내 약한 침체를 경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소폭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오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는 1.3%로, 4월의 2.6%에서 반 토막 났다.
미국의 작년 GDP 성장률은 5.5%로, 2020년 2.3%의 역성장에서 반등에 성공해 1984년 이래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