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기술 강조에 사장단 '정신무장'
SKㆍ현대차ㆍ롯데 등 현안 점검 생존 전략 마련
재계가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각종 위기가 한꺼번에 밀려들자 생존을 위한 비상 계획을 점검하고 나섰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은 20일 주요 관계사 경영진을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으로 불러모아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삼성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세계 시장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기술 중시 △인재 확보 △유연한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예정에 없이 긴급하게 소집됐다.
이날 회의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8시간 넘게 진행됐다. 삼성 사장단은 △인플레이션 △공급망 충격 △IT제품 수요 급감 등 글로벌 리스크 요인을 점검한 후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개발과 재정건전성 확보 등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사장단은 '차세대 기술 개발' 관련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부회장이 귀국길에 이례적으로 '기술'을 세 차례 언급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장단은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해 미래를 준비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단은 이날 토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점검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먹거리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달라고 당부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더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각오로 새롭게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1일부터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참석하는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전략회의를 하기는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앞서 SK그룹은 1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경영진 30명이 모인 가운데 '2022년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 자리에서 'SK 경영시스템 2.0'의 화두를 던지며 실질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LG그룹도 지난달 30일부터 구광모 회장 주재로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의 전략보고회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참여한 가치창조회의(VCM)에서 향후 경영 전략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