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출권거래제(ETS)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자발적 탄소시장’과 ‘배출권거래제’가 연계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마련됐는데, 우리나라도 자발적 탄소시장의 크레딧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사전에 정한 할당배출권 이외에는 공급이 제한적인 경직적 시장으로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배출권 매매회전율(허용배출량 대비 거래량)은 현재 4.3%로 저조하다.
코스피 매매회전율(평균상장주식수 대비 거래량)이 30~50%대임을 고려하면 낮고 그마저도 장외거래 비중(56.1%)이 더 크다. 시장에 거래물량이 충분치 않아 배출권 가격이 널뛰기하고 있어 시장의 가격신호가 기업의 감축 활동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동성 부족 해결을 위해 최근 해외에서 급성장 중인 자발적 탄소시장을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대두됐다.
국제탄소시장은 크게 CDM, 자국 내 탄소배출 규제체제(ETS 등),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나뉜다. 그동안 국제탄소시장은 CDM, ETS 등 규제시장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규제시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국제사회의 인식과 함께 CDM이 2012년 이후 급격히 쇠퇴하고, 그 빈자리를 자발적 탄소시장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자발적 탄소시장은 세계 크레딧 생산량의 74%를 차지해, 국제탄소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작년 11월 열린 COP 26에서 파리협약 제6조 국제탄소시장 지침이 타결되면서 자발적 탄소시장과 규제적 탄소시장인 배출권거래제가 연계될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열렸다.
예를 들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된 크레딧이 국제탄소시장 지침을 충족하고 참여국의 ‘승인’을 받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감축실적(ITMO)으로 전환되면, 감축의무 기업은 이를 상쇄배출권으로 바꾸어 배출권거래제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 (TSVCM )와 같은 독립감시기구가 출범하는 등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된 크레딧의 신뢰성 및 제도적 확장성을 확보하려는 자정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이 향후 배출권거래제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국외 ITMO와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연계를 허용하고, 추가로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 육성을 위한 검증체계 지원, 국제협력을 통한 ITMO 획득 채널 다각화 등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