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올해 상장사 계열사 간 금전대여 늘었다…왜?

입력 2022-06-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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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전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 조달 가능
자기자본 대비 무리한 금전 대여 우려의 목소리도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에선 계열사간 금전대여가 예년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까지 코스피(58건)와 코스닥(41건) 시장에서 총 99건의 금전대여결정 공시가 이뤄졌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61건)보다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금전대여란 급전이 필요한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빌려준 돈은 통상 부실 계열사의 재무 구조 개선이나 운영 자금 등으로 활용된다.

계열사간 금전대여는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것보다 절차적으로도 손쉽다. 또 낮은 이율과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CJ CGV는 이달 20일과 지난달 31일 두 차례 금전대여결정 공시를 했다. 먼저 20일엔 앞서 2021년 CJ CGV 홍콩법인에 빌려준 1030억 원에 대한 상환 만기를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대여금액은 회사 자기자본의 34.19%에 달한다.

지난달 말엔 CGV 터키법인에 자기자본의 11.0%에 해당하는 330억 원을 대여하기로 했다. 이 법인은 2021년 492억 원, 2020년 414억 원, 2019년 1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회사 측은 금전대여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안정적 사업환경 조성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 결정의 주목할 점은 대여조건이다. 이율은 6%지만, 대여기간이 2052년까지 30년으로 매우 긴데다 터키법인의 선택에 따라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더불어 조기상환권(콜옵션)까지 가지고 있다. 원할 때 갚을 수 있고, 사실상 이자만 내면서 수백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씨케이에이치는 이달 7일 자회사인 복건금산대도건강과기집단유한공사에 앞서 2020년 운영자금으로 빌려줬던 205억 원에 대한 대여기간을 2032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건에선 ‘0% 이율’이 눈에 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현재 1.75%에서 연내 3%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0년간 자회사에 무이자 대출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외에 케이비아이동국실업은 계열사인 Dongkook Mexico S.A. de C. V.에 116억 원을 운용자금으로 대여하기로 했다. 이율은 4.60%로 시중금리 수준이지만, 고정금리다. 이 회사의 멕시코 법인은 지난해와 2020년 연이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유동성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전대여 증가에 대해 증권가에선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실 계열사로의 금전대여가 자칫 모기업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 기조에 있는 것이 분명하고, 경기 침체가 예상되기에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가운데 계열사간 자금거래가 이뤄지면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황 연구원은 “자회사 영업 구조가 건실한 케이스도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케이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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