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비행편의 4분의 1 지연, 결항은 1만3581건
토론토 국제공항청장 “가을까지 혼란 지속될 수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가 완화하면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자 전 세계 공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곳곳 공항에서 인력 부족, 비행 지연‧취소, 수하물 분실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달 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를 축하하는 4일의 연휴 동안 영국 런던의 개트윅공항에서는 체크인하기 위한 승객 대기줄이 터미널 밖까지 이어졌다. 몰려드는 승객들을 처리할 직원이 부족해 비행이 취소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공항 측은 항공사들에 입국 항공편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공항은 청사 내부에 입장할 수 있는 승객 수를 제한하고, 여행객들에게 비행 출발 4시간 전까지는 공항에 오지 말 것을 요청했다. 공항 측은 직원이 부족해 입국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승객들에게 편안한 신발 착용을 추천하기도 했다.
폭증한 여름 여행 수요는 항공업계도 예상치 못한 수준이라는 분위기다.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인 위즈에어의 조제프 바라디 최고경영자(CEO)는 “업계에서는 여행 수요 회복 속도가 지금과 달리 더 점진적이고 느리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비행 지연이 늘고 있다. 비행 추적 플랫폼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6월 들어 지금까지 러시아를 제외한 대륙 간 비행을 한 항공편의 25%가 평균 34분 지연됐다. 2019년 6월 21%의 비행이 평균 28분 지연된 것에 비해 늘었다.
결항도 증가했다. 항공 데이터 컨설팅 업체 시리움은 전 세계적으로 올해 6월에 취소된 비행이 지난해 동월 대비 16%가 늘어난 1만3581건이라고 밝혔다. WSJ는 항공사 인력 부족뿐만 아니라 기술적 문제, 악천후 등이 겹치면서 세계 전역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에선 당분간 여행 수요가 지속되면서 공항 내 혼란이 가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데보라 플린트 캐나다 토론토 국제공항청장은 “시장이 점차 열리는 추세이기 때문에 올 가을이 심상치 않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해외여행 수요 강세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국내 여행에 대한 수요가 몇 달 동안 급증한 데 이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 입국자의 코로나19 검사 의무를 해제함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검사 의무 해제 후 3일 만에 미국발 해외여행 검색량이 7.6%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공항과 항공사들은 직원을 새로 고용하고, 일부 항공사들은 승무원 수를 줄여 비행에 나서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혼란을 잠재우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항이 직원을 채용하는 데는 16주 이상 걸릴 수 있는데, 보안상의 문제로 지원자 배경 조사 등의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올리비에 장코벡 국제공항협회(ACI) 유럽 지부 대표는 “공항 직원 채용은 식당이나 슈퍼마켓에서 직원을 고용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지금 상황을 완전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전에 채용을 시작했어야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