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현재 대부분 마케팅 도구로만 활용돼
“메타버스 아닌 ‘소우주’ 될 수도”
자유무역 체제로 연결해야 확장성 확보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가 전 산업 분야에서 그야말로 '대세'가 되고 있다. 스포츠 의류에서부터 은행, 패스트푸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메타버스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레이스 나스카(Nascar)에서부터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 등도 메타버스 진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 대부분 메타버스를 '마케팅 도구' 정도로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뮤지션이 신규 앨범 홍보를 위해 메타버스에서 가상의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의류 업체들이 신상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가상의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의 활용에 그치고 있다.
미국 대표 은행 JP모건도 마찬가지다. 이 은행은 올해 2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세계 ‘디센트럴랜드’에 오닉스(Onyx) 라운지를 오픈하며 메타버스에 진출한 첫 월가 은행이 됐지만, 가상 라운지에서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대신 고객들이 가상화폐 등에 관련한 동영상이나 메타버스에 대한 백서 등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부다.
JP모건은 메타버스 관련 시장의 연간 총 매출이 1조 달러(약 1304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익 창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즉 마케팅 측면에서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메타버스를 수익성과 연결 지으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캐주얼 의류 브랜드 갭(GAP)은 올해 1월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후드티 컬렉션을 선보였다. 해당 후드티 제작에 참여한 아티스트와 갭이 판매액의 10%를 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 NFT 컬렉션은 테조스(Tezos)의 블록체인을 활용했는데, 가격은 희귀성에 따라 2~11달러 선에서 책정됐다.
이 컬렉션은 메타버스 아바타에 입힐 수 있는 옵션도 없었는데도 발매 직후 완판됐다. 갭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4월과 이번 달에도 다른 컬렉션을 선보였다. 갭은 앞으로도 NFT 컬렉션 출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명품 브랜드 구찌도 로블록스에 매장을 개설, 가상의 핸드백 등 수십 점을 80~900로벅스대의 가격에 판매했다. 로벅스는 로블록스 자체 코인으로 80~900로벅스는 1~10달러 정도다.
메타버스의 수익성을 둘러싼 업계의 움직임과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이제 메타버스가 '자유무역 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WSJ는 메타버스가 자유무역 체제로 연결되는 하나의 가상세계가 될지, 아니면 기업들이 개별 영토처럼 독자적인 가상 경제권을 확립하는 형태로만 진화할지에 따라 메타버스의 확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써는 이미 독자적인 가상 경제권을 확립한 기업 입장에서는 자유무역 체제로 전 세계와 연결해야 하는 동기 요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시간대학 경영대학원인 로스스쿨에서 울버린 벤처펀드의 에릭 고든 전무 이사는 "각 메타버스 플랫폼이 국가처럼 행동하고 국경검문소에서 다른 나라에서 구입한 운동화 반입을 금지하면 메타버스는 ‘타이니(tiny·작은) 버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