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리스크관리. 증시전문가들은 말하는 하반기 증시의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밟고 있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시장을 지속해서 짓누를 것으로 봤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 미국의 성장 둔화와 중국의 성장 모멘텀 약화 우려로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 상승)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한·미 금리 역전과 기업의 신용위험까지 터진다면 코스피를 2000선 아래로 침몰 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2400∼2850에서 2200∼2700으로 낮췄다. 삼성증권은 2500∼3000에서 2200∼2700으로 상·하단을 300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2450∼2850에서 2200∼2700으로 낮춰 제시했으며 다올투자증권도 전망치를 2400∼2840에서 2250∼2660으로 내렸다. 하나금융투자는 코스피 전망치를 2400∼2720에서 2350∼2650으로 소폭 조정했다. 지수 전망치를 가장 높게 제시한 곳은 키움증권으로 하단 전망치를 2480에서 2400으로 소폭 낮추고 상단은 2930으로 유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과 이를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스테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 등이 하반기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봤다. 금리 인상과 원화 가치 하락 여파로 외국인의 투자자금 회수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악화가 겹치면서 증시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정대로라면 3분기 중반 이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대기하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참고하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고 원·달러 환율 약세가 진행되면 외국인 금융자산이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말로 갈수록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압력이 심화하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3.5% 이상으로 올리면 이자 부담에 기업과 금융권의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코스피가 2000을 밑돌 수 있다는 예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의 버블이 꺼질까. 신한금융투자 노동길 연구원은 “코스피 변동성은 침체 구간에서 미국보다 더 큰 경향이 있다. 미국 침체 구간에서 코스피 고점 대비 낙폭은 46.0%였다면, 국내 내재요인 침체 사례까지 고려하면 고점대비 낙폭은 45.3%로 확대된다”고 했다.
그는 7월 주식 전망에서 “침체 우려로 펀더멘털 대비 가격 재조정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른 시장이다”면서 “현재 급락 구간은 좋은 주식을 값싸게 매수하여 보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병연 연구원은 “주식시장 ‘터닝 포인트’는 획기적 기술혁신, 새로운 에너지 원천의 발견, 전쟁 종료와 빠른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 공급망 정상화, 각국 정부의 정책 변화 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