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청포대 갯벌에서 출토된 취두(鷲頭) 상단과 검파(劍把)가 언론에 공개됐다. 왕실 관련 건축물에 사용되는 이 유물들이 궁궐터가 아닌 갯벌에서 발견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에서 배를 통해 지방으로 옮겨지던 중 침몰해 수장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문화재청 소속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왕실 마루장식기와 발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연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주로 궁궐 근처에서 발견되는 취두와 검파가 어떻게 해안가에서 발견됐는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취두는 상단과 하단으로 구분되며 궁궐 건축물 용마루 양쪽 끝에 설치하는 대형 장식기와를 말한다. 검파는 이 취두 상단에 꽂는 칼자루 모양의 토제 장식품이다. 청포대 갯벌 일대를 조사하고 있는 연구소는 지난해 6월에 검파를, 올해 5월에 취두 상단을 발굴했다.
김 소장은 “취두는 일반 건물에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로 궁궐에 사용되는데, 이 취두를 만드는 기관을 ‘와서’라고 한다. 와서에서 제작한 취두를 지방으로 내려보냈다는 건 거기에 왕실과 관련한 중요한 건물이 있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로 옮기던 중 침몰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굴한 취두 상단과 검파는 2019년에 조개를 캐던 주민이 발견해 신고한 취두 하단과 결합되는 유물이다. 이로써 조선 전기 용머리 장식기와의 완전한 형태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용머리 장식기와는 화재나 침수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고, 권위와 미관을 돋보이게 하는 특수기와다. 취두 상단에 꽂는 검파는 빗물이 취두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이런 실용적인 용도 외에 게으른 성질이 있는 용에 칼을 박음으로써 도망가지 말고 집을 지키라는 신화적인 용도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번에 발굴된 검파는 길이 40.5cm, 폭 16cm, 두께 7cm 크기의 칼 손잡이 모양이다. 앞뒷면에 2단으로 구름무늬가 표현돼 있다. 취두 상단의 구멍과 잘 결합되도록 짧은 자루도 갖추고 있다. 현재 창덕궁 인정문 등 조선 후기 궁궐 지붕의 용머리 장식기와에 남아있는 검파와는 형태상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조선 전기만 해도 규격화된 형태의 용도상(龍圖像)을 마련해 이를 엄격하게 적용했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동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서해문화재과 학예연구관은 “이번 발굴은 조선 왕실 관련 장식기와 연구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취두가 출토된 인근 해역의 고선박 존재와 왕실 장식기와의 생산과 지방으로의 유통에 대한 심화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