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인사가 마무리됐다. 인사를 앞두고 20명이 넘는 검사들이 사직서를 내 받아들여졌다. ‘친소주의’, ‘특수통 우대’ 인사 기조의 반복으로 검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편향 인사’로 줄 사표가 이어졌던 3년 전 모습이 재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검찰 중간간부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의원면직 처리된 검사들은 23명이다. 상반기 인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39명으로 2020년 13명, 지난해 15명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라인’의 약진과 특수통 우대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점이 검사들의 줄사직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아직 면직 절차가 진행중이거나 인사 후 사직을 고려하는 검사들도 남아있어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사표를 내고 의원면직 처리된 한 검사는 “사표를 쓴 데에는 여러 복합적이고 개인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전체적인 검찰 내부에 ‘누구는 우대받고 누구는 배제된다’는 현상이 심해지며 사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2‧3부에 엄희준‧김영철‧강백신 부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배당된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에 이희동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교수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장에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가 발령받는 등 주요 정치 수사를 담당하는 곳에 특수통 검사들이 자리했다.
반면, ‘공안통’들은 일찌감치 짐을 쌌다. 김신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과 김효붕 서울고검 공판부장, 김기훈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 김락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이 사표를 냈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최창민 공공수사1부장과 김경근 공공수사2부장, 진현일 형사10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때 공안통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번 인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한 검사는 “지난 수년간 공안통과 형사통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공안수사의 역할이 줄어들고 특수통과 가까운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인사를 직접하며 특수통은 커지고 공안통은 뒤로 밀렸다”고 비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검사들의 사표 행렬을 두고 2019년을 떠올렸다. 2019년 하반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단행된 인사에서는 23명이 의원면직 처리됐다. 이번 인사와 같은 규모다.
그해 검찰 인사는 ‘윤석열 친정체제’로 비유됐다. 윤 검찰총장과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 등을 통해 손발을 맞춘 후배 검사들이 줄줄이 요직을 차지하며 ‘특수통 약진‧공안통 부진’ 기조가 뚜렷해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1‧2‧3차장에 ‘적폐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신자용 현 검찰국장과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발탁됐었다.
당시 사표를 내고 개업한 한 변호사는 “특정 파벌이 검찰을 장악하는 것에 대한 체념과 좌절의식으로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졌는데 결국 친소관계에 따른 정실주의 때문”이라며 “특정 검사들을 배제하고 인사하는 모습이 그때와 지금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이유로 사표를 낸 다른 변호사도 “정권 말이 되면 새 정부에서 좋은 자리에 중용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정권 초가 돼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검찰 중심을 차지하는 것을 보며 향후 5년 동안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볼 것이고, ‘물먹었다’ 생각한 이들은 검찰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