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영향 압도적, 시가총액 78% 차지
해외 기업은 ‘홍콩 중국화’에 이탈
지난 25년 동안 홍콩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졌다고 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1997년 홍콩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101개였지만 이제는 1370개로 급증했다. 중국 기업은 시가총액으로 홍콩증시 전체의 78%를 차지한다. 홍콩에 지역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기업도 지난해 기준 252개로 254개인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리샤오자 전 홍콩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이 무역과 투자, 자본시장 등을 통해 중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 홍콩을 경유하는 비율도 1997년 46%에서 지난해 76%로 크게 늘었다. 중국의 대내 증권투자 잔액으로 보더라도 주식의 22%, 채권의 28%는 홍콩을 경유했다. 홍콩이 중국에 돈을 보내는 파이프 역할을 하는 것이다.
홍콩 달러화가 미국 달러화에 연동돼 중국과 같은 자본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을 이용,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보내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지도부의 계획도 이처럼 중국과 홍콩에 대해 ‘정치 일국, 경제 양제’를 적용해 홍콩을 그야말로 ‘중국의 지갑’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능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홍콩의 ‘중국화’에 실망한 해외 기업들은 홍콩을 떠나는 추세다.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진 일련의 상황,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 지난해 홍콩 선거제 개편 등 반환 당시 약속했던 ‘고도의 자치’가 지켜지지 않은 탓이다.
홍콩의 대내주식투자 점유율만 보더라도 40% 이상을 차지했던 미국 투자자 비율은 이제 20% 미만으로 줄었다. 자금 유출 조짐도 보인다. 헤지펀드 조사업체 유리카헤지에 따르면 6월 홍콩 헤지펀드의 운용 잔액은 80억 달러(10조3084억 원)로 2019년에 비해 17%나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