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등으로 세계 곳곳이 시름하고 있다. 치솟는 기름값을 견디다 못한 저개발 국가 시민들은 항의성 시위에 나섰고, 휘발유 발전기를 돌릴 수 없어 핸드폰 플래시를 조명으로 삼는 미용사까지 등장했다.
4일(현지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브렌트유는 1.68% 상승한 배럴당 113.5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휴장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번 회의를 통해 8월 동안 일일 64만8000배럴의 원유 생산량 확대 계획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유휴 생산력 부족으로 인한 실질적 원유 공급량은 OPEC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4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G7 국가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기로 하면서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비아 내 석유생산 시설이 시위대의 영향으로 생산 차질이 지속 되고 있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리비아는 정치 불안 속에 유전들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거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리비아 생산 중단 소식에 이어 노르웨이 노동자들이 9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하자 공급 불안 이슈가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영향으로 WTI 또한 시간 외로 상승 중”이라고 분석했다.
전력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나이지리아에선 휘발유 발전기가 생활 곳곳에 쓰인다. 그런데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발전기를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헤어디자이너들이 휘발유 발전기를 위한 저렴한 연료를 찾을 수 없어 휴대전화를 조명으로 삼고 있다. 영국에서는 평균 가정의 자동차를 가득 주유하는데 125달러가 들고, 헝가리는 대부분의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하루에 50리터(ℓ) 이상의 휘발유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나 경찰은 휘발유 가격 인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전자 결제에 대한 새로운 세금 추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에콰도르 키토에서도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 가격이 폭등하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유가 폭등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란 잿빛 전망도 나온다.
미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초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원유 공급을 줄일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약 49만32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의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인 너태샤 커니버는 고객들에 보낸 메모에서 “러시아가 하루 300만 배럴을 줄일 경우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90달러, 하루 500만 배럴을 감축하면 배럴당 380달러의 ‘성층권’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현재 배럴당 약 110달러의 3배 이상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강력한 재정 상황을 감안 할 때 경제에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줄일 수 있는 원유 공급량은 하루 500만 배럴”이라며 “그것은 세계 나머지 많은 지역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유 (입찰) 가격 상한제에 대한 가장 분명하고 가능성 있는 위험은 러시아가 이것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수출을 줄임으로써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서방에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보복할 수 있다. 글로벌 원유 시장 긴축은 러시아의 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