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기존 대표 내정자의 ‘먹튀 논란’과 주가 하락 등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해 미래 비전을 제시했으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산재해있다.
◇위기의 카카오 구할 ‘구원투수’로 등판 = 남궁 대표가 내정될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져 당시 신임 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사임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었다. 최고 17만 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도 당시 8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신뢰 회복을 위한 미래지향적 혁신의 적임자”라며 남궁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남궁 당시 내정자는 김 의장의 신임을 등에 업고 취임 전부터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주가 15만 원 회복 전까지 모든 인센티브와 스톡옵션 행사를 동결하고 법정 최저 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뒤, 사내 게시판에서 조직원과 소통도 시작했다. 또한, 내정자 신분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주주 설득에도 나섰다.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카카오 유니버스’로 미래 제시 = 남궁 대표가 내정 후부터 줄 곳 강조해온 미래 비전은 지난 6월 초 구체화 됐다. 온라인 미디어데이를 통해 ‘카카오 유니버스’를 대중에 처음 공개한 것. 지인 기반의 카카오톡을 비(非)지인·관심사 기반으로 전환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모바일을 넘어 메타버스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멀티미디어 소통을 통해 이용자들이 공통의 ‘관심사’로 모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프로필을 포함한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했다. 그 밖에도 익숙한 3D 형태의 메타버스인 ‘컬러버스’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본격적인 메타버스화 등도 공개했다. 특히 컬러버스 내 콘텐츠 장터나, 많은 사람이 모인 ‘오픈 채팅’의 유료화 등을 통해 그가 메타버스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수익 창출’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메타버스 근무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과제' = 뒤숭숭했던 분위기를 정리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성과를 낸 남궁 대표에게 아직도 많은 숙제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남궁 대표는 최근 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근무형태와 사내 복지를 선도하기 위해 ‘메타버스 근무제’를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내부에선 ‘판옵티콘 근무제’라는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하루 만에 해당 안을 철회하고, 격주 ‘놀금’ 등을 포함한 개선안을 지난 4일부터 ‘시범 적용’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된 듯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통’ 논란에 휩싸이며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소통 리더십’에 일부 타격을 받았다.
‘메타버스 근무제’의 혼란이 가라앉기 무섭게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에 대한 사모펀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가 단체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는 “카카오페이 때와 다를 게 없다”라면서 “‘먹튀 그룹’의 오명을 쓰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하는 등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단체교섭 및 김범수 의장 면담까지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남궁 대표가 매각에 대한 질문에 어떠한 구체적인 답변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동안 카카오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6일 기준 7만4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남궁 대표가 온전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주가 15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임기 2년 중 이제 겨우 100일을 달려온 남궁 대표가 목표로 했던 ‘카카오의 신뢰 회복과 혁신’이라는 숙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