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재안 9개 중 8개 합의
상가 분쟁 이견 좁히면 공사재개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상가 분쟁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공사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지 84일째를 맞은 가운데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서울시가 내놓은 중재안에 일부 합의했다. 하지만, 상가 분쟁 문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서 공사재개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여러 차례 이견을 조율한 끝에 9개 쟁점 사항 중 8개 조항에 대해 합의했다. 양측이 합의한 내용은 △기존계약 공사비 재검증 △분양가 심의 △일반분양 및 조합원 분양 △마감재 등의 설계 및 계약 변경 △한국부동산원 검증 △총회의결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확인 소송 취하 △합의문의 효력 및 위반시책임 등 8가지 사항이다.
특히, 공사중단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공사비 증액 문제에 대해서 합의가 이뤄졌다. 전임 집행부 시절 2조6000억 원에서 3조2000억 원 수준으로 증액된 공사비에 대해 서울시 중재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합과 시공단은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기존계약의 공사비 3조2000억 원에 대해 재검증을 받기로 했다. 공사비 증액 계약이 무효라며 현 조합 집행부가 법원에 제기한 소송도 취하한다.
조합과 시공단이 서울시 중재안에 대부분 합의했지만, 상가 분쟁 문제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공사재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가 PM(건설사업관리)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며 기존 PM사가 상가에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업단은 유치권 행사 등의 상가 분쟁이 마무리돼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가가 주상복합 형태로 공사 중인 상황에서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주상복합동 위로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양측은 상가 분쟁 문제에 대해 각각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조합 측은 60일 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설계도서를 시공사업단 등에 제공하면 공사를 재개하고, 인허가 및 준공 지연에 따른 시공사업단의 손실 발생 시 조합의 책임으로 한다는 안을 제안했다. 시공사업단 측은 조합 및 상가 대표기구와 PM사 간 분쟁의 합의 사항에 대해 총회 의결 후 공사를 재개한다는 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합의가 이뤄진 8가지 사항과 상가 분쟁 문제는 성격이 달라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가 분쟁 문제는 개개인의 권리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조합 내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장수 서울시 공동주택지원 과장은 “상가 분쟁은 합의가 된 나머지 분쟁과는 차이가 있다. 공사비나 설계 변경과 같은 부분은 조합장이나 대표자들이 합의할 수 있지만, 상가에 대한 부분들은 지분 문제 등 조합원 개인에 대한 이해관계가 엮여 있다”며 “(상가 문제는)조합 대표들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므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조합 내에서 먼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중재안을 내놓지 못하고 이해당사자들 간 합의를 봐야 하는 만큼 공사가 다시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시는 상가 분쟁의 해결을 요구하는 시공단과 조합의 입장을 최대한 조율해 최종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공사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지게 됨에 따라, 조합원의 의견수렴을 거쳐 법령에 따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사업대행자로 지정해 갈등을 해소하는 정상화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