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과 유희열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예술가라는 점,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 그 논란의 상대방이 모두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사과가 사과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경숙의 ‘전설’과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가 얼마나 유사한지 아닌지를 재론하고 싶지 않다. 이미 많은 언론과 유튜버들이 대조했고, 하고 있다. 또 표절은 ‘친고죄’와 유사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주변에서 아무리 얘기해봤자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다만 예술가에게 표절 논란은 자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법적 조치보다는 대중의 외면이 더 큰 형벌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경숙과 유희열 논란을 지켜보면서 가장 참담했던 부분은 그들의 사과 방식이었다. 신경숙은 신경숙답게, 유희열은 유희열답게 사과했다. 말하자면 사과의 어휘가 그들의 문학과 음악처럼 아름다웠다. 그 이상하고 교묘한 아름다움이 대중을 더 화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신경숙은 표절 논란이 일자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국’은 아무리 기억을 뒤적여 봐도 안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다”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질문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조해 보는 순간 나도 그걸 믿을 수가 없었다. ‘전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쇠스랑이 있으면 내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유희열은 입장문을 통해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게 됐다”며 “긴 시간 가장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고,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다 끝에는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는 ‘논란’에 대한 사과였지 ‘표절’에 대한 사과는 아닌 거로 보인다. 더욱이 신경숙은 ‘우국’을 읽은 기억이 없다고 하니 읽지 않은 작품을 어찌 표절할 수 있단 말인가. 유희열도 자신의 무의식 뒤에 숨었다. 이에 대해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무의식은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과는 아름다우면 안 된다. 모호하거나 불투명해서도 안 된다. 사과는 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