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인플레이션에 ‘신 자린고비족’이 늘고 있다. 외식 물가가 급등하자 편의점 도시락과 밀키트를 사 먹고, 치솟는 기름 값에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식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저렴한 제품ㆍ서비스를 찾아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으로 인해 5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최대 5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달 GS25의 도시락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2%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24 도시락 매출도 49% 늘었으며, CU, 세븐일레븐 도시락 매출 역시 각각 36.1%, 35% 상승했다.
최근 물가가 급등하자 편의점들은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도시락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CU는 4월 2900원짜리 초저가 도시락 2종(청양 어묵 덮밥, 소시지 김치 덮밥)을 출시했다. 이는 편의점 도시락 중 최저가다.
가성비 햄버거 브랜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2분기 맘스터치의 점심시간대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3.3% 늘었다.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29.8%로 증가폭이 더 커졌다. 맘스터치 주력 상품인 '싸이버거 세트' 메뉴 가격은 6200원이다. 7500원을 넘는 경쟁사 햄버거 세트 메뉴보다 저렴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칼국수(8269원), 비빔밥(9192원), 김치찌개백반(7385원) 등 서울의 대표 외식 평균 가격보다도 싸다.
한우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쇠고기 수요도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쇠고기 수입액은 1~5월 기준 12억139만 달러로 전년(8억7238만 달러) 동기 대비 27% 늘었다.
소비자들은 먹거리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지출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특히 유류비를 아끼고자 자전거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5월 '따릉이' 대여 건수는 1414만 건으로 작년(1022만 건) 같은 기간보다 38.3% 증가했다. 이용객이 가장 많은 시간은 오후 6시 전후(115만5124명)다. 수요가 늘자 서울시는 하반기에 따릉이를 3000대 추가 도입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주간 석유제품 가격 집계로 계산하면 휘발유값은 올해 6월 셋째주 리터당 2080.9원으로 작년 6월 셋째주 1576.2원보다 32% 올랐다.
가전제품 중에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 무풍에어컨이 대표적이다. 삼성 무풍에어컨 신제품은 실내와 실외 열교환기 성능을 각각 36%, 37% 개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붕괴 등 물가 상승 요인이 단기간에 사라질 가능성이 작은 데다 최근 주식 암호화폐 시장이 비틀거리면서 손해를 본 사람들도 많아져 '신 자린고비족'은 앞으로도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른 무더위와 장마 영향으로 상추 등 채소 가격은 끊임없이 치솟고 있다.
물가를 낮추고자 정부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물가 안정책으로 돼지고기, 식용유 등 주요 품목의 관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를 1.75%포인트까지 높였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이 효과를 볼지는 의문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4.4%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