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다소 위축됐던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주요 글로벌 제약회사(빅파마)들이 최근 기술력이 검증된 중소형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4월부터 6월까지 글로벌 빅파마들의 인수합병은 약 6~7건에 달한다. 1~3월 사이 M&A가 없었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또한 이달 초에는 머크(MSD)가 암 전문 바이오기업 시젠(Seagen) 인수를 위한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여기에 5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브리스톨 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만 달러에 인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6월 영국 이중항체 개발회사 F-스타테라퓨틱스를 1억6100만 달러에 사들인 중국 시노바이오팜을 더하면 사례는 더 늘어난다.
이아 함께 5월부터 6월까지 항암제와 세포치료제 등 후보물질 도입을 위한 글로벌 빅파마의 바이오 기업간 투자 및 파트너십 체결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다소 주춤했던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시장이 서서히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으로 빅파마들의 투자 여력이 늘었고, 향후 10년 이내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만료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근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곳은 화이자제약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PSI)과 주요 증권사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화이자는 4월 영국 항바이러스 개발 회사 리바이럴을 5억2500만 달러에 인수했고, 5월에는 신경계질환 약물 개발기업 바이오헤븐을 116억 달러에 사들였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화이자는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 8월 면역항암제 신약개발 기업 트릴리움테라퓨틱스, 12월에는 제약기업 아레나파마슈티컬즈(아레나)를 인수한 바 있다.
GSK도 2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올해 4월 미국 희귀암 분야 표적항암제 개발회사 시에라 온콜로지를 19억 달러에 인수했고, 5월말에는 33억 달러에 미국 폐렴백신 개발 비상장기업 아피니백스 인수를 발표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 6월 차세대 사이토카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 트루티노 바이어사이언스와 인수옵션 계약을 체결했고, BMS는 6월 초 미국 정밀 항암제 기업 터닝포인트 테라퓨틱스를 41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파트너십도 강화되고 있다. BMS와 머크는 엠피스타와 각각 최대(마일스톤 포함) 12억5000만 달러, 10억 달러에 차세대 단백질 분해 치료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사노피는 62억5000만 달러 규모로 IGM바이오사이언스와 lgM 항체 플랫폼을 활용한 종양학 3개 타겟 면역·염증 후보물질 발굴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까지 M&A와 기술이전 등에 보수적이었던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 성향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빅파마들의 유동성은 이전 보다 풍부해진 상황이다. 다만 풍부한 유동성과 주가 하락에도 상반기 기술거래가 부진했었다”면서도 “빅파마들의 보수적 스탠스는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빅파마들의 글로벌 M&A 경향에 대해 최근 보고서에서 “화이자의 최근 인수합병이 시사하는 것은 현금이 풍부한 빅파마가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 분야는 신경질환에 특화된 기업이라는 점, 인수 소식으로 바이오섹터 투자심리가 소폭 개선된 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빅파마는 대규모 기업 인수보다 저렴한 기회에 소규모(10억~100억 달러) 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수요 증가로 소규모 인수합병 소식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도 “올해 상반기 위축된 M&A 환경에서 벗어나 하반기부터는 지연되었던 M&A 논의들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전체 4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MSD의 시젠사 합병논의를 사례로 제시하고 “이는 지난 1분기 빅파마 대표들의 컨퍼런스콜 당시 답변과 달라진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빅파마의 중소형 바이오텍(Bio-Tech) 인수합병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가장 중요 관심사 중 하나다. 시장가 대비 30% 이상의 프리미엄이 인정 될 경우 지난 1~2년 간 헬스케어 업종을 향해 있던 숏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