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스타트업은 직원 정리…VC '옥석 가리기' 채용시장 명암
시중 유동성 감소로 촉발된 벤처캐피탈(VC)의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가 채용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대 1억 원 상당의 입사 보너스를 내거는 등 여전히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기업도 많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해 직원 수를 감원하거나 직원들의 대규모 퇴사가 일어난 곳도 등장하고 있다.
◇스톡옵션 ‘1억’ 내걸고 인재 영입 = 로보어드바이저 ‘헤이비트’, ‘든든’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업라이즈는 지난달 최대 1억 원 상당의 스톡옵션 지급을 내걸고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다. 스톡옵션은 물론 개발자 지인 추천 채용 시 추천 보상금으로 최대 300만 원을 지급했다. 그 결과 최근 20~30명의 신규 직원을 영입했으며 앞으로도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업라이즈 관계자는 “현재 스톡옵션 발행은 마무리했지만, 개발·기획·디자인·마케팅 등 4개 직군에 걸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7월부터 두 달간 테크 분야 전 직군 경력직을 모집하고 있다. 앞서 상반기에도 개발 인재 채용을 진행한 요기요는 하반기에도 공격적인 채용을 이어나간다. 요기요는 최종 입사자에게 직전 연봉의 50%를 사이닝 보너스(입사 시 제공하는 일회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며, 오는 13일에는 유튜브를 통해 주요 직무를 설명하는 ‘요기요 커리어 연구소’도 진행한다.
유재혁 요기요 인재문화본부장은 “올해 채용 전형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지원자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드릴 수 있는 다양한 채용 행사를 마련하는 등 좋은 동료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식기 렌탈 세척 서비스 스타트업 뽀득,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 등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채용을 이어나가는 스타트업이 많다. 한 스타트업 PR 담당자는 “스타트업 채용 문화 자체가 아무리 급해도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아예 사람을 뽑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문을 열어두고 원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B2B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없는 자리도 만들어서 뽑는 게 스타트업인데, 막상 뽑아놓으면 퍼포먼스가 좋지 않은 개발자가 많다 보니 신중하게 채용을 하는 기조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유치 실패로 채용문 닫아 = 반면, 투자유치 실패 등 성장 모멘텀이 꺾이며 규모를 줄인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누적 투자금액이 약 700억 원에 달하는 스푼라디오는 시리즈 D 투자 유치 실패 후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 자금이 말라가기 시작했고 말로만 하는 위기가 아닌 절박하고 처절한 현실에 마주하게 되었다”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달라진 회사 분위기에 직원들이 대규모 퇴사를 한 곳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콘텐츠 스타트업 직원 A 씨는 “저희 회사는 올해 초부터 추진하던 시리즈 A 투자가 흐지부지되면서 직원들이 10명 넘게 퇴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활기 넘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회사 분위기 전반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채용 한파는 아니지만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투자는 자금 규모도 중요하지만, 분위기가 중요하다”면서 “미국과 달리 아직 국내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에 본격적인 어려움은 오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지난해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최항집 센터장은 “지금 VC들 사이에서는 섣불리 투자하기보다 잠깐 쉬고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그 영향이 인원 규모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반면 넉넉한 스타트업의 경우 이제 인재를 끌어당기기에 수월한 시점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