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입사원 초임 재역전 전망
인력 유치ㆍ성과 보상 등의 흐름 반영
전임직 노조도 사측과 협상 진행 상태
SK하이닉스가 전임직(생산직)에 이어 기술사무직 노조와도 올해 임금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 최종 타결 시 SK하이닉스 대졸 기술사무직 신입 직원의 초임 연봉은 삼성전자를 다시 앞지르게 되며 반도체 업계의 임금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술사무직 노조(민주노총)는 전날 사측과 3차 임금 본교섭을 진행하고 작년 연봉 대비 ‘5.5% + 월 기준급 10만 원 정액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차는 있지만 월 기준급 10만 원 정액 인상은 연간 200만 원 수준이다. 5.5% 인상률에는 선인상분 2%가 포함됐다. 이번 잠정 합의안은 구성원 동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애초 노조는 올해 기본급 12.8% 인상을 요구해 온 반면 사측은 기본급 8.3% 인상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교섭에서 사측은 정률 또는 정액 인상 가운데 채택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는 정률과 정액을 모두 병행한 방식으로 합의를 이뤘다.
아직 전체 노조원 투표와 임직원 동의 절차 등이 남은 상황이지만 잠정 합의안이 최종 타결되면 SK하이닉스의 신입 초임이 삼성전자의 초임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 2020년 기준 삼성전자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4450만 원으로 SK하이닉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먼저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4800만 원으로 약 350만 원을 인상한 데 이어 SK하이닉스가 같은 해 6월 신입 초임을 5040만 원 수준으로 대폭 올리며 삼성전자를 앞섰다.
이후 삼성전자는 올해 4월 10년 내 최고 수준인 평균 9% 임금 인상을 결정, 신입 초임은 5150만 원이 됐다. 하지만 이번 잠정 합의에 따라 SK하이닉스 대졸 기술사무직 신입 사원 초임은 삼성전자의 5150만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를 재역전할 전망이다.
최근 2~3년 전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계 임금 경쟁은 인력 부족 장기화 등 업계의 현주소를 반영한 결과다. IT업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연봉 인상 추세와 회사 내부 직원들의 처우 불만 등이 겹치면서 연봉 인상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보다 자신의 성과ㆍ능력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 회사를 택하려는 인식이 커짐에 따라 인력 유출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인력 유출을 막고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임금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인력 이동이나 유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회사가 임금을 올리는 데는 단순 인력 유치뿐 아니라 물가상승률 반영, 직원들에 대한 성과 보상 차원 등 복합적인 부분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노총 산하 이천ㆍ청주사업장 전임직(생산직) 노조도 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다. 직무급과 경력급을 포함한 기본급을 총 30만 원 인상하고 직급과 무관하게 월정액 21만 원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등의 잠정 합의안이 도출됐다.
이 밖에 특별 육아휴직, 통신비 신설, 복지포인트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위한 여러 복지 제도가 확대ㆍ신설됐다. 기술사무직 또한 전임직과 비슷한 수준의 복지 제도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