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 동시 위축, 금리에만 매달려선 안 돼”
트럼프 시절 관세장벽 철폐 등 보호무역주의 벗어나야
니어쇼어링 등 자급자족도 해결책 아냐
전 세계 중앙은행이 상반기 80회로 사상 최다 수준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세계 곳곳 물가가 수십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최근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공급 쇼크 속에서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현 대책은 오히려 성장 역풍을 부채질하고 경제 침체를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펜스 교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요 변화를 야기하는 요인, 전염병이나 전쟁 등은 결국 끝이 난다고 봤다. 결국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만 매달리는 지금 조치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한 것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를 위한 정책들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하면서 공급이 비탄력적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표적인 사례로 노동시장을 꼽았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로 발이 묶이자 노동 현장 인력은 급격히 줄었다. 그만큼 공급망 혼란이 가중됐다.
시장은 금리 인상으로 이미 요동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 성장이 저하하고 불균형스럽게 저소득 국가들은 더 과도한 경제 위축을 겪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필수적인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도 위축시킬 수 있다.
스펜스 교수는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공급 탄력성을 높이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등 보호무역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일고 있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이나 니어쇼어링(근거리 아웃소싱) 등 자급자족 움직임도 반대한다.
무역과 투자는 세계적으로 증가해온 수요에 대응해 공급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생산 현지화는 통제할 수 없는 지정학적 위기 등에 대응하기는 쉽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늘어난 비용은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스펜스 교수의 분석이다.
스펜스 교수는 “공급망 경직성 해소에 나서지 않고 중앙은행들이 금리에만 매달리게 둔다면 세계 경제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MBMG그룹의 폴 갬블스 공동 설립자도 “현재 인플레이션은 주로 공급망 충격에 의해 비롯됐다”며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임금 인상도 필요하다. 지속적인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디플레이션 요인으로 시장 균형을 맞춰온 신흥 경제국의 노동력과 생산 능력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스펜스 교수는 조언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5% 이상이 고령화 국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혁신적 시스템을 갖춘 자동화와 줄어드는 노동력의 균형을 맞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