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이탈리아, 경제도 어려운데 연정 붕괴 위기

입력 2022-07-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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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드라기 총리 사임 의사에 정국 요동
오성운동, 드라기 신임안 관련 민생지원법 표결 보이콧
우파 정당들 조기 총선 준비 태세
‘유럽 결의의 상징’ 드라기 사임하면 유럽 혼란도 가중될 것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AP뉴시스
경기침체 위기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이탈리아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새로운 정치적 혼란에 이탈리아 경제가 뒤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경종을 울렸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주 신임 투표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사임 의사를 전했다. 범좌파에 속하는 오성운동은 14일 드라기 총리 내각 신임안과 연계된 민생지원법안 표결에 불참했다. 오성운동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 등으로 고통받는 가계 지원을 둘러싼 정책적 갈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2009년 등장한 좌파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은 그간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지원, 기업 지원책,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을 놓고 드라기 총리와 이견을 빚어왔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드라기 총리의 사임을 반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 등 각종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총리 교체나 조기 총선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우파 진영은 드라기 총리를 지지하는 연정이 깨졌다며 조기 총선 준비를 시사했다.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과 또 다른 극우 정당인 동맹, 중도우파인 전진이탈리아당을 포함한 우파 진영은 조기 총선이 이뤄질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드라기 총리의 최대 우군인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당수 엔리코 레타 전 총리는 선거가 9월 25일에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드라기 총리의 사임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유럽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기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결의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또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최초의 국가다.

이탈리아 정치잡지 라임스의 루시오 카라치올로 편집장은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 그 자체이기에 그가 사라지면 이탈리아도 무너진다”며 “이탈리아는 지정학적으로 많은 힘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드라기 총리는 20일 의회에서 연설한다. 이때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할지 주목되고 있다.

정치 혼란에 경기침체 리스크는 한층 커졌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차는 15일 2.19%포인트로 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탈리아는 총 7500억 유로(약 998조 원)에 달하는 EU의 코로나19 회복기금에서 2000억 유로를 확보하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개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도 150%가 넘어 장기적인 경제 성장 궤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한데 정치 혼란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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