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경제연구소장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경제정책과 경제운용 방식을 보니 자유와 시장원리는 구호에 그치고, 알맹이가 없다. 더구나 대기업 직원 임금인상 자제나 공기업의 호화청사는 아예 잘못 짚었거나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식 쇼에 불과한 듯하다.
금융이나 통신 등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대기업은 대부분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임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즉 대다수 대기업 직원의 보수는 시장원리에 맞는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보수는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공기업 고위직의 높은 보수이다. 이들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상류층의 소득을 얻고 있다. 이것이 시장원리에 맞고 정상인지 전혀 모르겠다.
공기업의 호화청사도 말이 잘 안 된다. 공기업은 대부분 지방 혁신도시에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혁신도시의 토지를 공기업에 떠넘기듯이 넓게 분양했고, 공기업은 여기에다 청사를 크게 지은 것이다. 공기업의 지방청사는 넓고 호화롭다고 해도, 서울의 좁은 사무실보다 가격은 비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절실한 자유주의적 개혁은 무엇일까?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는 금융개혁이다. 얼마 전 금감원장이 은행의 대출이자가 너무 높다고 지적하자 은행이 알아서 금리를 낮추었다는 기사가 났다. 대표적인 관치이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통해 과다한 수익을 내고 이를 줄일 필요는 분명히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의 은행산업은 낙후되어 있고 경쟁력이 없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은행은 수익이 많고 임직원의 보수도 높다. 이유는 진입규제로 인해 독과점적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3년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몇 개를 제외하고는 은행의 신규 설립이 없었다. 정상이 아니다. 미국, 유럽 등 자유와 시장원리를 적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은행 신규 설립은 일상사이다. 신규 설립으로 은행들이 늘어나면 대출금리는 떨어지고 경쟁력도 강화된다. 일자리까지 늘어난다. 여기에다 다수의 작은 은행이 있는 금융시스템이 소수의 대형은행으로만 구성된 금융시스템보다 안정성이 높다. 은행의 신규 설립 허용이 금융개혁의 시작이다.
둘째는 공공부문 개혁이다. 한국은 국가주의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공공부문이 비대하고 문제가 많다. 높은 보수로 인한 인재의 블랙홀, 과도한 규제와 재량권, 칸막이 행정, 정책의 불투명성과 자의성 등으로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이다. 먼저 공공부문의 보수는 외형적으로는 공기업 직원이 높아 보이나, 연금과 전관예우까지 고려한 실질 보수는 공무원이 더 높을 것이다. 혜택이 많은 고위직 공무원은 보수를 줄이고, 하위직 공무원은 직무급 도입을 통해 성과와 보수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공무원 보상체계 개혁 없이 노동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내로남불의 하나이다. 규제 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사례를 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 정책의 불투명성과 자의성은 문제가 심각하고 꼭 필요한 개혁과제이나 아예 관심도 없는 듯하다.
셋째는 전문직 분야의 개혁이다.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만 명당 2.4명(한의사 0.4명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명보다 크게 적다. 이러다 보니 의사는 고임금 직업이 되었고 지방이나 특정 분야에서는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 의사는 엄청난 과로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의사 수를 늘리면 좋은 일자리가 늘고, 국민의 의료서비스가 확대되고, 의사의 과로도 줄 것이다.
철저한 자유주의 신봉자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의사면허제도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했다.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에서 의대 정원을 조금 늘린다고 의사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워낙 많은 인재가 의대로 몰리기 때문이다. 의사 이외의 다른 전문직 분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우가 많다.
개혁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진영을 대상으로 해야 진정성이 있고 성공 가능성도 크다. 2000년대 초반 독일 사회당 정부의 슈뢰더 총리 시절 실시한 노동개혁(하르츠개혁)이 대표적 사례이다. 윤석열 정부가 한국에서 그간 많은 특혜를 받아온 보수 기득권층에 대해 자유주의 원칙에 입각한 개혁을 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당연히 윤석열 정부도 성공한 정부로 평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