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제약기업 국내서 번 돈 본사에 고액 현금배당…국내 기부금은 3년간 계속 줄어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제약기업들이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노재팬(일본제품 불매)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재팬 초기 일본 의약품 리스트를 공개하는 사이트가 등장하고, 일부 단체는 일본 의약품 불매운동을 선언했지만 3년간 영향은 미미했다.
19일 이투데이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한국아스텔라스제약, 한국다이이찌산쿄, 한국다케다제약, 한국에자이(이상 3월 결산 법인), 한국오츠카제약(12월 결산 법인) 등 국내 매출 상위 5개 일본계 제약기업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노재팬 이후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에 소폭의 증감은 있었으나, 이는 코로나19 상황과 일본 본사의 사업결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대다수 일본계 제약기업들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주로 국내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해당 회사들의 주요 품목은 항암제와 유전자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 오리지널 의약품과 대체 불가능한 희귀질환 치료제가 대다수다.
다만 지난 3년간 일부 일본계 제약기업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고액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매출과 이익 대비 배당성향이 높았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특수로 매출이 대폭 상승한 글로벌 제약기업보다도 액수가 많았다. 반면 일본계 제약기업들의 국내 기부금 내역은 지난 3년간 지속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진출 일본계 제약기업 매출 순위는 아스텔라스제약 2465억 원, 다이이찌산쿄 2454억 원, 다케다제약 2316억 원, 에자이 2129억 원, 오츠카제약 2066억 원순이다. 각사별 감사보고에 따르면 노재팬 이전인 2018년보다 매출이 줄어든 곳은 아스텔라스뿐이고, 4개 회사는 매출이 늘었다.
아스텔라는 노재팬 이전인 2018년 280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2019년 2899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2020년 2657억 원, 지난해 2465억 원으로 매출이 하락했다.
노재팬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다이이찌산쿄다. 이 회사는 2018년 1589억 원이던 매출이 2020년 2000억 원을 넘기더니 지난해 2454억 원을 달성하며, 4년 새 865억 원 가량 증가했다.
다케다제약의 매출은 2018년 2116억 원, 2020년 2527억 원으로 상승했으나, 지난해 2316억 원으로 200억 원 이상 줄었다. 이는 다케다가 2020년 12월 국내 제약사에 다케다 아태지역의 18개 ‘프라이머리 케어’ 제품 권리 자산을 약 3074억 원에 매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자이는 2018년 1979억 원, 2020년 2219억 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2129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오츠카제약 매출은 2018년 1617억 원에서 지난해 2066억 원으로 4년만에 연 매출 2000억 원을 넘어섰다.
노재팬과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매출이 증가한 일본계 제약사들 중 일부는 본사에 고액의 배당을 실시했다. 해당 제약사들이 최근 수년간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는 기부금 액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스텔라제약 감사보고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에 따르면 29기(2021년 4월1일~2022년 3월31일) 현금배당금은 200억 원으로, 처분일은 6월30일이다. 주당배당금은 1만7391원으로 배당률은 174%다. 아스텔라의 경우 지난 28기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고, 27기에는 주당배당금 2만1739원, 배당률 217%로 250억 원의 현금배당을 2020년 6월25일자로 실시했다. 반면 아스텔라의 기부금은 지난해인 29기 2억200만 원, 28기 2억8530만 원, 27기 3억2280만 원으로 3년만에 1억 원 이상 감소했다.
다이이찌산쿄도 올해 6월9일 기준(32기) 주당 6만3333원, 배당률 633.33%의 190억 원 배당을 했다. 앞서 다이이찌의 31기 배당금은 100억 원(배당률 333.33%), 30기 배당금은 350억 원(배당률 1,166.67%)에 달했다. 다이이찌의 최근 4년간 기부금은 29기 4억5426만868원, 31기 1억3176만4081원, 지난해 1억4133만4225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오츠카제약은 지난해 40기와 직전인 39기, 38기 3년 연속 주당 1만5000원(배당률 300%)로 157억2000만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역시 같은 기간 기부금은 38기 6억5317만 원, 40기 3억764만 원으로 줄었다. 에자이는 2019년도 회기인 23기에 400억 원 가량의 배당을 실시 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배당은 없었고, 다케다도 최근 3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다케다의 기부금은 2019년 8억8000만 원에서 지난해 3억2250만 원으로 축소됐고, 에자이도 2019년 15억120만 원에서 지난해 6억138만 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에 대해 한 제약사 관계자는 “비상장 법인으로 일본 본사가 지분 100%를 소유했다면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을 배당금 형식으로 가져가는 것이지만, 매출과 이익 대비 액수가 큰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매출 1조6939억 원을 달성했던 화이자제약의 경우 2020년부터 2년 연속 1248만 원의 배당을 실시한 것과 비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