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역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으나 파업의 동력과 명분, 나아가 당위성을 모두 잃었다.
20일 서울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금속노조는 “산업 전환기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협상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의대회에 나선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에 노동 중심 산업 전환을 요구하고 교섭으로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공문만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임금 인상 억제하라, 중대재해처벌법 완화하라는 등 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7·20 총파업’을 내세워 전국단위 파업이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협을 파업 없이 마무리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최대 지회인 현대차 노조는 무파업으로 올해 임단협 마무리했다. 사실상 금속노조의 이번 총파업과 다른 길을 걷기로 한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전날 치러진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전체 투표 참여 조합원의 61.9%가 잠정안에 합의하면서 교섭 역사상 최초로 ‘4년 연속 무파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약 18만 명. 이 가운데 현대차 조합원만 약 4만6000명에 달한다. 현대차 노조가 사실상 금속노조의 7·20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금속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지회는 ‘노노 갈등’으로 아예 금속노조 탈퇴를 추진 중이다. 이날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따르면 대우조선지회는 이튿날인 21일부터 22일까지 조직 형태 변경을 안건으로 하는 총회를 연다.
대우조선지회 전체의 41%에 이르는 조합원 1970여 명은 조직 형태 변경 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을 지회에 냈다. 총회에서 재적 인원의 과반이 투표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금속노조 탈퇴가 결정된다. 탈퇴가 확정되면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 가입 약 4년 만에 다시 기업형 노조가 된다.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한 이들은 조선하청지회의 파업 사태를 해결하는 데 금속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노사 양측의 피해가 커지는 만큼, 가입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총회 소집 요구’를 접수했으나 “규약상 총회를 통한 지회 단위의 집단 탈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탈퇴를 거부한 상태다.
탈퇴를 주장한 노조원을 포함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전체 조합원은 약 4700명이다. 이들 가운데 절반이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금속노조의 총파업 당위성은 크게 위축됐다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대차 노조 교육선전실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올해 임협 합의안은 최근 몇 해 사이 임금 동결과 소폭 인상 등에 따른 보상 차원이었다”며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관계자는 “대우조선 내 노동조합의 혼란은 매각에 따른 구조조정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