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이후 글로벌 증시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년간 계속된 상승세가 올해 들어 꺾이면서 증시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사상 최고치 인플레이션, 과격한 금리인상, 지정학적 갈등 여진과 함께 경기침체 우려도 커져간다. 살얼음판의 시장에서 ‘투자의 귀재’는 어떻게 대응할까.
최근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면서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시도 갈피를 못잡고 있다. 한때 자금이 밀물처럼 몰리던 밈주식,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은 돈줄이 말랐다. 3년간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을 추적하는 S&P500 성장 지수는 지난 1년간 약 15% 하락했다.
이 와중에도 희비는 갈린다. 지금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자금 흐름을 가진 가치주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이 가장 좋은 주식을 추적하는 S&P500 가치 지수는 4.8% 하락에 그쳤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4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월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주워 먹으며 어떻게든 돈을 번다”며 “특히 사람들이 투자보다 도박을 할 때 더 많이 돈을 번다”고 말했다. 시장이 겁에 질려 주가가 바닥을 헤맬 때가 투자의 시기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버핏에 따르면 도박과 투자의 차이는 기업의 펀더멘탈을 이해하는가에 달렸다. 기술적 분석은 주로 주가와 거래량에 기반한다. 중개인들은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사업와 경제의 근간을 보지 않고, 오직 주가 등락을 예측하기 위해 차트와 패턴을 활용한다. 반면 펀더멘탈 분석은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의 재무상황과 실적, 경쟁력을 평가한다. 그리고 그 기업의 주식이 ‘할인’에 들어갔을 때 이를 사들이는 것이다.
슈왑서베이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식 시장 투자자들의 약 15%는 2020년 투자를 시작했다. 팬데믹 시기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약 2000만 명의 신규 투자자들이 지난 2년간 주식시장에 자금을 쏟아 부었다. 주로 미국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과 같은 곳에서 주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투자에 나섰다. 그 여파로 게임스톱 기업 주가가 수개월 만에 100배가량 폭등했다.
이 같은 주가 급등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성장성이 아닌 기술적 요인에 기반하고 있다. 버핏은 “이러한 무분별한 매수가 월가를 도박장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펀더멘탈 분석은 가까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요술 램프’는 아니다. 그러나 시장이 공포에 빠져 어두운 터널을 버텨야 하는 때라면 펀더멘탈 투자가 올바른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기적으로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앞서고 침체를 겪은 후 큰 폭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단거리는 아니고 마라톤에 가깝다. 버핏 역시 그가 좋아하는 주식의 보유기간은 영원이라는 말을 남겼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르지 않았다. 금융회사 체크캐피털의 스티븐 체크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서툴다. 눈 앞에 닥친 문제에 과잉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비이성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항상 합리적이었다. 거품은 커지다가 터지지만 기업이 향후 10년에 걸쳐 어떻게 운영될지를 고려하고 이 원칙을 고수하면 결국 보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션 크루즈 수석 전략가는 “주식 시장은 할인에 들어가면 모두가 문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가게”라며 “여러분이 그 중 한 명이 돼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재정 상황이 좋고 현금 흐름이 건전하며 매출이 증가하는 기업들이 현재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지금이 포트폴리오에 양질의 주식을 담을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기업 분석에 품을 많이 들일 필요도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널려 있다. 그러나 버핏의 법칙을 따르면 이것도 권장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버핏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적극적일 필요가 없다는 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2020년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투자는 S&P500지수 펀드라고 말했다. 버핏은 사람들이 굳이 필요가 없는 조언에 상당한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선두그룹에 그냥 들어가 있으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