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후 돌변 '게임 패싱'…시대 역행 비판
대통령 ‘탈중국’ 발언…문체부 판호 규제 완화?
엇박자 대응 도마위…게임산업 육성 공회전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만에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향한 게임공약이 수포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 별도 설치 등 게임 산업 육성과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던 행보가 자취를 감췄다.게다가 문체부가 콘텐츠 수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을 홀대하는 등, ‘게임산업 부흥’에 역행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1일 “5년간(2020 기준) 콘텐츠 수출은 연평균 18.7% 증가해 전체산업(0.9%) 대비 20.7배 성장했다”며 K-콘텐츠를 치켜 세우며 핵심 과제로 ‘K-콘텐츠 육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높은 수출액 비중(68.7%)과 증가율(25.7%)을 기록하고 있는 ‘게임’은 보고서에 단 한 번 등장했다. 핵심 정책에서도 완전히 제외됐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근본적 문제는 박보균 장관의 게임 산업에 대해 무지와 무관심”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처는 장관의 관심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인데, 장관뿐 아니라 대통령실에도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 없다”라며 현 상황의 원인을 ‘정부의 무관심과 무지’로 꼽았다.
윤 대통령의 게임 산업에 대한 태도는 대선 전후로 급격하게 변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게이머가 우선이다’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주 이용자인 2030 남성의 표심을 공략했다. 박 장관 역시 취임 후 업계와 만나 “게임은 문화다” 라며 “게임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부풀려 왔다. 하지만 정부의 말과 달리, 행동은 ‘게임 산업 부흥’에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선 이후 이미 ‘게임 패싱’ 사례가 존재했고, 다만 이번 업무보고에서 정부의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는 ‘110대 국정 과제’를 공개했다. 취임을 목전에 두고 공개한 비전인 만큼 새 정부의 각 분야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는 지표였지만, 게임은 다른 콘텐츠 산업 분야와 묶여 단 두 번 등장하는 데 그쳤다. 박 장관 간담회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이에 위 학회장은 “장관의 발언들을 볼 때, 억지로 끌려 나온 사람 같았다”라며 간담회의 진정성을 비판했다.
중국 판호 문제 역시 해결보다는 파국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판호를 통해 게임의 자국 내 서비스를 통제한다. 현재 중국은 사드 배치를 계기로 지난 2017년부터 단 4개의 국산 게임에만 판호를 발급하는 등 대(對)중국 수출길을 막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탈(脫)중국’을 외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최상목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20년간 누려왔던 중국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라며, “중국 대신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중국이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개적인 ‘탈중국’ 선언은 업계의 판호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전망이다.
‘주52시간 유연화’도 변수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합의에 따라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환영했지만, 실무자들은 ‘크런치 모드’의 부활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더라도 업계가 이를 적극 활용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오히려 업계는 연봉 인상과 근무·복지 개선 등을 통해 최근 심해진 ‘개발자 인력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 정부 정책에 따라 노동시간을 조정했다간 인력 이탈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해 오던 위 학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제와서 보면 ‘게이머가 우선이다’는 결국 표를 위한 ‘선거용’이었던 것”이라며 “업계와 게이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촉구하지 않으면 잊혀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