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에 면세업계가 다시 냉가슴을 앓고 있다.
여행자 면세품 한도가 오르고 관세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사)간 면세사업자 방식을 둘러싼 갈등도 일단락되면서 일시적 불확실성이 사라졌지만 여전한 고환율 기조에 코로나19 재확산까지 덮치면서다. 일본, 중국인 고객 유커 등 '큰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업계는 유료멤버십 론칭 등 내국인 고객 모시기에 주력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2022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를 기존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술 1병에서 2병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로부터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시행된 면세점 구매 한도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재조정됐다. 대기업 면세점 특허 갱신횟수 역시 기존 5년당 1회에서 2회로 늘어나 최대 20년까지 연장됐다.
면세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관세청과 인천공사 간 갈등도 일단락됐다. 관세청은 최근 공항공사 측 평가 비중을 기존 250점에서 500점으로 확대했다. 전체 점수는 1000점이다. 다만 관세청이 주장하던 복수사업자 선정방식을 채택한다. 앞서 공항공사 측은 공사가 직접 선택한 사업자 1개를 올리는 단수추천 방식을 고수해온 바 있다.
일시적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업계는 또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는 데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으로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된 탓이다. 특히 해외 여행객에 대한 규제가 높아지면 또다시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인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도 공항 내 면세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비 5~10% 수준에 그친다.
중국 다이궁과 일본 '큰손' 관광객이 사라진 자리에 내국인 고객을 모시기 위한 업계의 구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내국인 출국 증가로 면세점 업계의 내국인 면세 매출 비중은 일제히 올랐다. 신세계면세점은 2019년 평균 매출액 대비 26%,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지난 5월 내국인 면세 이용객이 지난해 평균 매출액의 27% 수준으로 올랐다.
신라면세점이 내국인 충성고객을 잡기 위해 업계 최초로 유료 멤버십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유료 멤버십 ‘SHILLA &(신라앤)’에 가입한 200명 한정 회원에 대해 약 38만 원 상당(약 300달러)의 면세점 포인트를 비롯해 신라호텔, 여행사 등과의 제휴 혜택과 가입 웰컴 기프트 등을 제공한다.
롯데면세점은 롯데홈쇼핑의 15m 크기의 '벨리곰'을 등판시켰다. 내달 말까지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열리는 ‘벨리곰’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인증샷을 찍으며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체험존을 마련했다. 벨리곰은 2018년부터 롯데홈쇼핑이 밀어온 밀레니얼 대상 캐릭터 콘텐츠 마케팅으로 지난 4월 한 달간 벨리곰 공공전시 누적관광객만 325만 명을 기록했다.
향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한섬은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에 프랑스 니치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 면세 1호점을 냈다. 오프라인 면세 매장 오픈과 동시에 현대백화점인터넷면세점에도 입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면세점 매출액 비중에서 내국인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더구나 이전부터 면세 한도가 타 국가와 비교해 메리트도 크지 않아 내국인 고객은 주타깃층도 아니었다"라면서 "일단 하반기까지 길게 보고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