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 대비 휘발유 179원, 경유 130원 하락
“자영 주유소보다 정유사 직영이 인하폭 커"
치솟는 기름값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 확대했으나 인하분을 반영해 기름값을 내린 주유소가 찾아보기 어렵다. 다양한 주유소 브랜드 가운데 알뜰주유소가 가격 인하분을 충직하게 반영한 반면, 가격을 내련 주유소가 가장 적은 곳은 현대오일뱅크로 분석됐다.
25일 에너지 소비자단체 E컨슈머 에너지ㆍ석유시장감시단 등에 따르면 유류세 7%를 추가 인하한 지 3주일째(7월 23일)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30일 대비 평균 179.81원 하락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37%로 확대했다. 이를 반영하면 휘발유 가격은 ℓ당 57원이 인하되고, 여기에 국제 휘발유 가격 인하분인 172원을 더해 229원 이상 인하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따르면 ℓ당 229원 이상 휘발유 가격을 내린 주유소는 전체 1만917개의 주유소 가운데 20.4% 수준인 2228개에 그쳤다. 1~228원을 인하한 주유소가 8525곳(78.09%)으로 가장 많았고, 되려 가격을 올린 주유소도 27곳(0.25%)에 달했다.
상표별로 보면 ℓ당 229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 비율이 가장 많은 곳은 알뜰주유소다. 전체의 69.75%가 229원 이상 단가를 낮췄다. 이와 달리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가운데 229원 이상을 낮춘 곳은 17.8%에 불과했다.
경유의 가격 하락 폭은 더 미미했다. 같은 날 전국 경유 가격은 ℓ당 평균 130.68원 하락했다. 경유가 유류세 인하 효과가 더 적은 점을 고려해도 유류세 인하 폭 확대에 따라 ℓ당 38원, 국제 경유 가격 인하분 140원을 더하면 ℓ당 총 178원 이상 인하돼야 맞다.
그러나 ℓ당 179원 이상 경유 가격을 내린 주유소는 전체 1만917개 중 1375개로 12.6%에 불과했다. 1~178원 인하한 주유소는 9369곳(85.82%)으로 가장 많았고, 42곳(0.38%)은 경유 가격을 인상했다.
상표별로 보면 ℓ당 179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는 역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90.96%로 가장 많았다. 이와 달리 현대오일뱅크는 8.13%로 가장 적었다.
전국에서 휘발유ㆍ경유 가격을 가장 많이 인하한 주유소는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동자동주유소(SK에너지)로 휘발유와 경유 ℓ당 각각 610원, 600원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기름값 하락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국내 주유소의 72%를 차지하는 일반 자영 주유소의 가격 인하 의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의 경우 이미 유류세 확대 당일에 재고손실을 감수하며 유류세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 공급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 4사 모두 자영주유소의 비율이 높은데, 이 경우 업주들이 직접 가격을 결정하다 보니 회사가 가격 인하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 “직영 주유소만이라도 가격 인하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이미 인하분을 반영해 판매 가격을 내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