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캐나다 원주민 아동 학살 등 과거 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사과했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의 매스쿼치스의 옛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해 원주민들을 만났다. 원주민 대표 측은 독수리 깃털이 달린 머리 장식을 교황에 씌워주며 그를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참회의 순례 첫걸음이 용서를 구하는 것이고, 깊이 사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왔다”면서 “그토록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들을 탄압하는 열강들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했던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개탄스러운 악에 직면한 교회는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신도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교회의 많은 구성원이 당시 (캐나다) 정부가 추진한 문화적 파괴와 강제적인 동화 정책에 협조한 것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서스캐처원주 등의 원주민 기숙학교 터 4곳에선 1200구가 넘는 3~16세 원주민 아동의 유해가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이들 기숙학교는 1881년부터 캐나다 정부가 인디언과 이누이트족 등 원주민 문화를 말살하고, 백인·기독교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길게는 1996년까지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이들 학교는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떼어놓은 뒤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를 가했다. 이 가운데 70%를 가톨릭 교회가 위탁 운영했다.
캐나다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지금까지 유해 1200여 구가 발견됐지만, 4000명이 넘는 원주민 아이들이 기숙학교에서 학대로 사망했거나 방치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139개 학교에 총 15만여 명의 원주민 아동이 강제 수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교황은 자신의 이러한 사과가 잘못을 잘못 잡는 과정의 첫 단계뿐이라면서 “이 과정의 중요한 부분은 과거에 발생한 사실을 진지하게 조사하고, 기숙학교 생존자들이 트라우마로부터 치유를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4월 바티칸을 찾아온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에 처음으로 사과하면서 반드시 현장을 찾겠다고 약속했었다. 전날 캐나다 도착 직후 기숙학교 생존자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