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유물 ‘보록’이 라이엇 게임즈의 후원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보록은 조선 왕실의 '어보(御寶)'를 담는 '보통(寶筒)'을 보관하는 함이다. 라이엇 게임즈은 이번 보록을 보함해 지금까지 총 6개 문화재를 환수했다. 환수에 투입한 기금만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엇 게임즈는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집·민속극장’에서 ‘환수 문화재 언론공개회’를 개최하고, 국외소재문화재인 보록(寶盝)을 27일 공개했다. 공개회에는 양세현 라이엇 게임즈 한국 퍼블리싱 사업 총괄과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총괄,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이 참석했다.
보록은 어보를 담는 보통을 보관하는 함으로 1600년대부터 300여 년에 걸쳐 꾸준히 제작된 궁중 공예품이다. 궁중 공예품의 양식과 재질 변화,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편년자료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량으로 제작되지 않고, 조선 왕실 의례에 따라 만들어져 조선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보록은 왕이나 왕비의 덕을 기리기 위해 의례용을 제작한 인장인 ‘어보’를 넣는 이중함 중 바깥 상자”라며 “궁중 공예 양식과 재료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록은 주인을 특정할 수 없지만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시기에 제작된 보록은 모서리를 보호하는 ‘모싸개’나, 아래쪽이 긴 후면 경첩을 사용하는 등의 특징을 나타낸다. 내부에 무문명주를 사용한 점도 조선후기 보록의 특징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보록을 포함해 △석가삼존도(2012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척암선생문집 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2019년) 등 총 6개 문화재를 환수했다. 환수에 사용된 기금만 1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소재문화재 환수사업은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현지문화 지원사업이다. 2012년 6월에 시작해 10년째 추진 중이다. 이 기간 총 68억 원이 넘는 기금을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에 전달했다. 문화재청과의 민관협력 사례 중 최대 규모다. 특히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국외소재문화재 환수를 위한 예산 약 20억 원을 따로 할당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여러 국가에서 문화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문화재 환수 사업은 국내가 유일하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총괄은 “라이엇 게임즈는 문화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현지 문화의 뿌리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보호해야 할 문화재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또 힘을 보탤 곳이 어딘지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구 총괄은 향후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해선 오는 4분기 즈음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이날 모습을 드러낸 보록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회를 통해 내달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해당 전시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환수를 지원했던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 등 3종의 유물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