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세범죄합동수사단(조세범죄합수단)을 내세워 기업 수사에 칼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친기업’ 기조를 유지하는 보수정권 아래의 검찰이 기업인의 탈세 범죄를 얼마나 엄단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세범죄합수단 출범을 준비 중이다.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에서 신설된 합수단은 금융‧증권범죄합수단과 보이스피싱합수단으로, 이번에 만들어지는 조세범죄합수단은 세 번째다.
조세범죄합수단은 조세범죄중점청인 서울북부지검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은 금융범죄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 보이스피싱합수단은 사이버범죄중점청인 서울동부지검에 만들어졌다. 신임 조세범죄합수단장은 사법연수원 30~34기의 부장검사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성한 금융‧증권범죄합수단장은 32기, 김호삼 보이스피싱합수단장은 31기다.
조세범죄합수단은 소상공인이나 개인보다는 기업인들 관련 사건들을 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포탈, 역외탈세, 해외불법재산형성 범죄 등이다.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검찰이 과연 재벌 총수에 대한 조세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이에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아무리 보수정권이라고 할지라도 합수단이 만들어진 이상 유의미한 실적을 내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기업에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법조인도 “정부가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을 낮춘 만큼 검찰은 수사를 통해 과징금을 걷고 세금을 강제징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범죄합수단에 대한 필요성도 상당하고 역할은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역외탈세, 조세회피처 등을 이용한 탈세 기업인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그 형태는 더 악질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지난 수년간 국세청의 소극적인 고발과 검찰의 수사 범위 제한으로 기업 탈세 수사에 큰 힘을 못 썼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범죄합수단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민경호 부장검사)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사건 배당은 통상 관할을 기본으로 한다. 피의자가 있는 지역의 관할 검찰청에 배당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과세당국의 검찰 고발로 사건이 대검찰청에 접수되면, 대검이 여러 조건 등을 고려해 어느 청에 배당할지 결정해야 한다.
파장과 규모가 큰 사건을 주로 다루는 서울중앙지검과 상징적인 사건을 수사해야하는 조세범죄합수단 중 어디로 사건이 배당될지도 눈여겨 봐야한다. 과세당국의 한 관계자는 “과세당국은 조세중점청인 서울북부지검에 사건을 주로 고발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역시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큰 사건에 욕심이 날 것”이라며 “조세범죄합수단이 큰 사건을 맡게 되면 서울중앙지검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건을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