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산 스윙 대표
첫째, 스타트업일수록 현금잔고에 미치는 비용의 영향이 수백 배 더 크기 때문이다. 연 매출이 수천억 원일 때는 1억 원짜리 낭비는 티도 안 나지만, 매출이 적을 때는 작은 실수 하나가 흑자를 적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매출은 불규칙하지만 비용항목들은 한번 발생하고 나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매우 규칙적으로 꾸준하게 다시 발생한다. ‘이 정도 비용쯤이야’라고 하며 쓰다가는 나중에 비용절감을 하려 해도 효과가 적은 것들만 남아 비용을 도저히 줄일 수 없을 것처럼 보이게 된다.
둘째,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매출보다 비용이 많을 때 현금잔고가 줄어든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보유한 자산이 많고 다양한 자본이 조달 가능한 대기업은 일시적으로 자금이 떨어져도 돈을 빌리기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에 자금이 바닥난 스타트업은 가진 것이라고는 열정과 팀원뿐이라 이것만으로 자금을 구할 수단은 벤처투자가 유일하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투자 의사결정 기준이 거시변수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운이 나쁘다면 내 회사가 그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비용절감에서 나온 이익을 통해 재투자하고 결국 고객만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익의 총합인 이익잉여금은 결국 주주에게 배분하거나 재투자에 쓰여서 더 나은 서비스로 고객만족도를 높인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특유의 짠돌이 기업문화로 유명한데, 바로 이 비용절감이 고객만족을 위한 추가 리소스 투입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넷째, 투자를 받은 대표는 남의 돈을 운영하는 자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가지기 때문이다.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는 투자를 받은 이상 투자자금을 내 것보다 더욱 내 것처럼 써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받은 그 돈은 회사의 성장과 주주들의 높은 수익을 약속하며 받은 돈이므로, 해당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비용이라면 써서는 안 된다.
필자는 최근 어려워진 국내외 경쟁사 3개사를 검토하였는데, 하나 같이 문제는 매출이 아닌 비용관리에 있었다. 하나하나 질문을 하다 보면 합당하지 않은 비용은 없었지만,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비용을 꽤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었다. 거의 유사한 기기, 사업모델, 가격구조, 고객군을 가졌음에도 수익성이 차이 나는 이유는 비용절감에 대한 회사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비용절감은 처절하고, 치사하고, 비인간적이다. 아끼고 사랑하는 직원들이 쓸 사무실과 컴퓨터, 힘들게 일한 뒤 이동하고 먹을 때 쓰는 교통비와 식대, 주말 출근과 야근을 한 전우들에게 연장수당이 아닌 포괄임금에 스톡옵션을 권하며 이것이 더 크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강요하는 것을 포함해, 성과는 부족하지만 너무나 사람 좋고 열심히 일하는 동료에게 사직을 권하는 일까지.
지난주 필요 없는 인력을 50% 이상 높은 연봉으로 실수로 채용한 일본의 지사장에게 첫 업무조정 및 해고를 지시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차라리 내 연봉을 깎거나 내가 사퇴하겠다’라고 하는 일본 지사장에게 사퇴를 만류하며 ‘마치 가격을 잘못 책정했다면 가격체계를 바꾸듯, 너의 실수로 채용을 잘못했다면 그것을 시정해야 하는 것도 너의 몫이다’라고 말하며 내가 소시오패스가 되어가는 걸까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이틀 전 실사를 진행한 회사는 초기에 잘못 설정된 운영으로 인해 유닛 이코노믹스를 달성하지 못해 결국 투자를 받지 못했고, 최근 2개월 만에 200명에서 100명으로 인력을 조정했다. 만약 우리가 인수하게 된다면 다시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이게 될 것이다.
애초에 그런 실수를 안 하면 참 좋겠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서운하게 하는 비용 관련 실수들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대표가 된다는 것은 결국 실패한 좋은 사람이 될 것인지, 생존하는 나쁜 사람이 될 것인지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