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호조세를 보이며 투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 원을 돌파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적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와 펀드 결성 실적을 집계한 결과 벤처 투자 실적은 4조 61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조 2240억 원 대비 24.3%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기준 4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투자 규모도 커졌다. 상반기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2018~2020년엔 30개 이하였다가 2021년 62개 사, 올해는 91개 사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투자 건수(2815건)와 건당 투자금액(14억2000만 원), 피투자기업 수(1350개 사), 기업당 투자(29억7000만 원) 역시 각각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벤처투자가 위축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 분위기에도 벤처 투자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은 그동안 오래 이어진 저금리 흐름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용순 중기부 창업진흥정책관은 “상반기 투자 실적이 늘었지만 현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벤처 투자 호조세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분기별 투자 실적을 보면, 1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3% 증가한 2조1802억 원이었고, 2분기엔 4.2% 줄어든 1조8259억 원을 기록했다.
업종별 벤처 투자 실적을 보면, 정보통신기술(ICT)이 눈에 띄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뒤에도 디지털 전환기에 주목을 받으며 투자 증가액(6093억 원), 증가율(69.0%) 모두 최고치를 기록해,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은 1조4927억 원을 끌어들였다. 반면,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는 17.0% 줄어든 6758억 원에 머물렀다.
상반기에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는 176개, 4조 4344억 원으로 나타났다. 펀드 수·금액 모두 역대 상반기 최다였다. 펀드 결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5.9%(1조5900억 원) 늘어 투자와 마찬가지로 상반기 처음으로 4조 원을 돌파했다.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8% 늘어난 2조 6612억 원, 2분기에는 39.8% 증가한 1조 7732억 원이었다. 상반기 신규 결성 벤처펀드의 출자자 현황을 보면, 모태펀드를 비롯한 정책금융 출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늘어난 8005억 원으로 전체 출자의 18.1%를 차지했다. 민간부문 출자는 77.2% 늘어난 3조 6339억 원이었다.
권영학 중기부 투자회수관리과장은 “최근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상반기 벤처투자와 펀드 결성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다”며 “2분기 투자 실적이 감소하는 등 추세적으론 우려가 있어 모태펀드를 통해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민간 벤처 모펀드를 도입해 대규모 민간 자금이 투자시장에 유입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